중동발 석유화학 바람 어떻게 잠재우나?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9.10.28 08:28

신증설 움직임 탄력 붙을 듯...국내 석유화학업체들 제품차별화-현지 진출 모색

석유화학업계에 부는 중동발 바람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주춤했던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 움직임이 유가 재상승과 석유화학 시황 회복 등과 맞물리면서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동지역에서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를 내세워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투자도 활발하다. UAE의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은 아부다비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나프타(석유화학제품의 원료) 기반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소용환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투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저렴하고 풍부한 원료, 유가상승에 따른 국부 증대, 현지 산업화를 통한 실업률 감소 목적,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의 공세가 거세지면 앞으로 국내 업체들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범용 제품(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의 원료)의 비중을 축소하고 차별화제품의 비중을 늘리지 않는 국내 업체들은 5년내, 길어도 10년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앞다퉈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제품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동 신증설 물량에 영향을 받는 폴리에틸렌(PE) 계열의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동에서 들어올 석유화학제품과 같은 수준의 범용 제품을 앞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현재 70%수준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2012년에는 100%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동 현지로 직접 진출한 업체도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지난 7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9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석화는 이 공장에서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20만 톤을 병행 생산하고, 폴리비닐아세테이트(PVA) 등 기타 석유화학 제품 12만5000톤도 생산한다.

한화석화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EVA 신규 생산거점을 확보, 국내 EVA 생산설비와의 이원화 전략을 펼쳐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킬 것"이라며 "신규 생산설비에선 신발이나 패키지 필름용 등 범용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국내 설비에선 코팅 및 접착용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고함량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석유화학도 카타르에 9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중동의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이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경쟁력 기반강화를 위해 생산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및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생산설비 투자확대, 미래 대응형 기술개발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