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갈등 본격 점화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10.27 18:00

농협, '2단계 분리'안 최종 확정… 정부는 일괄분리안 입법예고

농협 개혁의 최대 이슈인 신·경 분리(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둘러싼 '대회전'이 본격화된다.

농협은 27일 오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자체 신·경 분리안을 확정했다. 농협의 자체 개혁안은 '2012년 금융사업 선(先) 분리-2015년 경제사업 후(後) 독립' 등 단계적 분리가 골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을 열고 2011년 중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동시에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농협법 개정안을 28일자로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혔다.

신·경 분리라는 '대의'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향후 정부와 농협이 시각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순조로운 신·경 분리가 가능할지 여부를 가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 "천천히", 정부 "단번에"=농협은 다른 시중은행에 대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금융사업의 조기 지주회사 독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금융지주회사화가 금융산업의 대세인데다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농협은 금융사업 독립을 통해 지난해 3000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을 2017년에는 3조8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농협은 경제사업의 경우는 자립기반이 확보된 후인 2015년에나 지주회사로 독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합금고는 금융지주와의 원활한 연계 차원에서 중앙회 산하에 대표이사체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담았다.

반면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농협안보다 사업분리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다. 우선 현재 방식의 중앙회는 폐지하고, 대신 조합원 지원 기능을 위주로 하는 농협연합회로 변경할 방침이다.

또 금융사업은 'NH금융'이란 이름 아래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NH증권 등을 두는 형태의 금융지주회사체제로 변경하고 경제사업은 'NH 경제' 형태의 경제지주회사로 함께 독립시킬 계획이다.

조합금고의 경우는 당초에는 상호금융연합회로 독립시키려 했으나 독립에 앞서 상호금융대표이사 체제의 독립사업부제로 운영한뒤 추후 의논키로 했다. 축산부문은 농협연합회 축산부문 상임이사가 총괄하는 형식으로 변경된다.


농식품부는 법 통과 후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중에 신·경분리를 완성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부족 자본금 확충이 관건=농협안처럼 단계적으로 분리하든지, 정부안처럼 일괄분리 하든지 간에 신·경 분리에 필요한 자본금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주요 관건으로 대두돼 있다.

농협은 금융사업 15조2000억원, 농업경제 5조4000억원, 축산경제 1조7000억원, 교육지원 1조1000억원 등 모두 23조4000억원의 필요자본금 중 9조6000억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자구노력을 통해 3조6000억원은 농협이 자체적으로 충당할테니, 나머지 6조원은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협은 특히 신·경 분리의 전제조건으로 부족자본금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을 농협법 개정안에 명시해줄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자산실사 등을 거쳐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규모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여력이 딸리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원금 규모를 최소화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농식품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농협과의 논의를 거쳐 이견을 최대한 조정한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분리 형태와 조건 등에서 의견차가 워낙 커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신·경분리 자체를 반대하는 농협 노조의 반발도 농협의 협상테이블 입지를 좁힐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12월 중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의 전문성이 제고되고 수익도 증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