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사들 요즘 신났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10.26 07:06

갑자기 생긴 수십조 시장, 회수가능 민사채권 작년 90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 모씨는 동업자에게 빌려준 3억 원을 돌려받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으나 정작 돈을 돌려받기는 만만치 않았다. 동업자는 부동산을 친척명의로 돌려놓는 등 이미 상당액의 재산을 빼돌렸다. 김 씨가 회사를 팽개친 채 동업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관공서를 돌아다닌 지 3개월이 지났다.

민사소송에 이기고도 돈을 돌려받지 못해 고생하는 이들에게 보탬이 될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이달 2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에는 신용정보사에게 민사채권 추심을 의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사채권은 김 씨처럼 민사소송에서 이겨 통해 권원을 인정받은 채권을 일컫는 용어로, 지금까지는 소송 당사자들이 직접 돌려받아야 했다.

법원은 채권회수에 관한 권리를 확정해 줄 뿐이고, 회수절차는 소송인들이 직접 했어야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부동산이나 급여 압류를 비롯해 재산내역 파악, 경매신청 등 개인이 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 회수가 쉽지 않았다.

26일 금융권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약 130만 건의 소송에서 100만 건, 총 90조 원 정도가 권원을 인정받은 민사채권이었다.

민사채권을 회수하는 건 불법 채권추심 업체의 몫이었다. 합법적으로 채권회수를 하는 신용정보사들에는 업무위탁이 금지됐던 탓이다. 불법업체는 채권액의 절반 이상을 비용으로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가 많았으나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러나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신용정보사들이 민사채권 업무도 위탁받을 수 있게 되면서, 최근 소송인들의 의뢰가 적잖게 들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씨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신용정보사를 찾아 상담했고, 대부분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불법업체에 의뢰했더니 착수의뢰금과 성공보수 등 채권의 절반을 비용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불황에 시달리는 신용정보사들은 막대한 민사채권 시장을 도약판으로 보고 인력과 조직을 확장하는 한편, 법조계과 연계한 마케팅도 준비하는 등 보폭을 좁히고 있다. 상사채권 부문 1위인 고려신용정보는 현재 700명 수준인 상시추심 인력을 연내 900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안양과 일산에 신규 영업점을 내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나라신용정보와 제일신용정보도 조직망을 확충해 민사채권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 밖에 한국신용평가정보, 솔로몬신용정보 등 대형사 뿐 아니라 다수의 중소업체도 민사채권 시장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재산현황 파악, 부동산 압류, 채권보전, 급여 가압류 등의 조치에 노하우가 많다.

민사채권 전부가 신용정보사들의 일감이 되는 건 아니다. 전체의 80% 이상이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이 직접 채권을 회수하는 금융채권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시장은 적잖다는 평가다.

민사채권은 상대적으로 회수율이 높고, 수익성 또한 높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용정보사들은 민사채권의 회수율에 따라 수수료를 10~30% 가량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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