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포효, 조범현 그리고 정의선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9.10.25 15:50
#1.
한편의 드라마였다. 어제(24일) 한국시리즈 7차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아 타이거즈는 9회말 터진 역전 홈런으로 기적같이 정상에 섰다.

#2.
23일 기아차 3분기 실적 발표회장. 당기순이익 4020억원, 사상 최대 규모였다. 아직 형(현대차)에는 못 미치지만 형의 발목을 잡는 동생이란 꼬리표를 보기 좋게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드라마의 서막은 이렇게 막이 올랐던 셈.

타이거즈와 기아차는 닮은꼴이다. 타이거즈는 외환위기 이후 모기업의 지원이 끈기면서 전통의 야구 명가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기아차 역시 경쟁 상대였던 현대차에 합병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자동차 매니아들은 기아차의 쇠퇴를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아차는 잘 팔리는 차가 아니라 ‘좋은 차’를 만드는 명가로 통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쇠락의 길을 함께 걸었던 두 동반자는 부활의 길에서 다시 길동무가 됐다. 한솥밥을 먹은 지 8년 만이다. 2001년 기아차가 당시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했다.

그들 뒤에는 조범현과 정의선이라는 또 다른 닮은꼴이 있다. 타이거즈 뒤에 조범현 감독이 있다면 기아차 뒤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있다.

조 감독은 모래알 같던 타이거즈의 분위기를 바꿔놨고 이를 발판으로 올 시즌 내내 질 것 같던 경기를 역전승으로 일궈냈다.


정 부회장 역시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하면서 기아차의 부족한 2%를 메웠다. 아우디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부사장을 영입했고 그가 내놓은 쏘울과 포르테, 로체 이노베이션은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부활의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우승 축하연에서 “이렇게 우승을 해 주시니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기아타이거즈 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도 포효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축사에서 "진심으로 정말 고맙다는 의미에서 제가 인사를 하겠습니다"라며 갑자기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야구단 창단때 KIA 자동차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어려움을 딛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야구단의 존재와 우승 성과가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결과 내줘 KIA 식구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자신감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야구단처럼 KIA 자동차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이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 밑에서 십여년간 혹독한 수업을 거쳐 명장의 반열에 올랐듯이 정 부회장도 한때 부진했던 기아차의 감독에서 연달아 히트작을 이어가는 글로벌 명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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