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안돼" 대우건설 강력 반발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정진우 기자 | 2009.10.22 17:36

매각되더라도 계약이행 강제할 수 있는 법적조치 요구

대우건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기자본의 인수에 대한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금호그룹과 같은 '승자의 저주'가 재연되지 않기 위해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계약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대우건설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대한민국 1등 건설사,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건전한 기업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투기자본의 경우 건설한 경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강도높은 구조조정, 배당, 유상감자, 자산매각 등을 통해 이익을 회수한 뒤 또다시 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우선협상대상 후보(쇼트리스트)로 꼽히는 중동 국부펀드, 사우디아라비아 S&C인터내셔널, 미국 부동산개발업체, 국내 중견건설사 컨소시엄 등은 전략적투자자라기보다 투기자본에 가깝거나 자금조달 능력이 의심스러운 기업들이어서 금호그룹의 과오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욱동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각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고 금호그룹도 풋백옵션 해소를 위해 가격에만 초점을 둘 것으로 보여 투기자본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특히 외국계펀드인 매트린패터슨에 인수돼 청산된 오리온전기, 론스타에 인수돼 만신창이가 된 극동건설, 썬세이지펀드가 사들여 분할매각된 만도, 최근 정리해고 사태로 극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 쌍용자동차까지 부실매각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는 별도로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투기자본의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판단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우건설 중역은 "일각에서 중동 국부펀드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줄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현재 구축된 중동의 경쟁 입찰시스템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경쟁국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우건설 임원은 "이번 매각작업은 인수기업이 당초 계약대로 사후관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느냐가 핵심"이라며 "금호그룹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벌어져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는 따로 있고 산은은 매각 자문사로서 참여하고 있다"며 "비밀유지 협약을 맺은 상태에서 금호그룹의 사적인 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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