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승부수 '당당한 독점'

더벨 박창현 기자 | 2009.10.22 07:01

[thebell note]과감한 결단으로 인수협상 주도..정치 이슈 해결이 관건

이 기사는 10월21일(08:4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이닉스 건 때문에 오신 줄 알았으면 미팅을 잡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달 하이닉스 매각 실무자들은 인수 후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응대와 거절뿐이었다. 인수 후보라 여기고 방문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긴 기업들도 여럿 있었다. 하이닉스는 시장에서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유찰은 기정사실화 됐고 채권단은 블록 딜 등 다른 매각 방안을 검토했다. 매각 실패의 분위기가 팽배하던 바로 그 때 효성은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선택은 각 기업의 몫이었다. 효성은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자산규모 6조원에 불과한 효성이 14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하자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킨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IB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올해 최고의 딜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쟁자 없이 무혈 입성했고 △하이닉스의 경영 성과 개선이 기대되며 △인수 과정에서 다양한 협상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효성은 유력한 후보들의 불참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경쟁자가 없는 인수전에서 효성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거저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효성이 단독 입찰을 한 순간부터 하이닉스 M&A는 효성의, 효성에 의한, 효성을 위한 딜이 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효성이 떠안아야 할 불확실성과 위험요인들을 염려했다. 이와 같은 우려와 질타는 오히려 효성 측의 유용한 협상카드가 됐다. 시장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효성에게 채권단은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분할 매각 제안 역시 협상카드를 쥔 효성이 얻은 성과 중 하나다. 효성은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도 채권단 측으로부터 유리한 인수 구조를 얻어 냈다. 만약 효성 외에 다른 후보가 한 곳이라도 있었더라면 특혜 논란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를 감내하고 모두가 포기한 딜에 뛰어든 효성에게는 특혜가 아니라 딜 참여에 따른 당연한 반대급부일 뿐이다.

더욱이 효성은 인수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포기하면 그만이다. 인수를 포기하면 주가 등 모든 것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다르다. 수년 동안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 비용을 감당하면서 다시 매각을 준비해야 한다. 딜이 무산될 경우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엄청나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 유일한 대안으로 굳어지면서 금융권 역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효성 측의 인수자금 조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효성의 승부수는 들어맞았고 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효성이 비자금 조성 등 정치 문제에 휘말린 것.

본게임을 앞둔 효성에겐 치명적인 악재지만 여전히 협상의 주도권은 효성 측에 있다. 매각자 측은 효성이 완벽한 준비를 마칠 때까지 일정을 유연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리고 효성이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효성은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안이다.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