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나처스타일 만들어야 진정한 멋쟁이"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09.11.01 09:55

[머니위크]인터뷰/ '뷰티컨설턴트'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

빨간 원피스를 차려 입고 인터뷰에 응한 그녀의 패션 감각이 한눈에 보기에도 남다르다. 열쇠 하나라도 ‘엣지’ 있는 것으로 고르고 골라 사용할 것 같고, 머그잔 하나도 세련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은 이미지다.

그러나 첫인상은 역시 첫인상일 뿐? 그녀가 꺼내놓은 다이어리가 참 의외다. 화려한 그와는 달리 투박하고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다. 센스 있는 그녀가 사용하기엔 어딘지 어울리지 않게 커 보이는 그녀의 다이어리 안에는 하루하루 일과표가 빼곡하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그가 하루 안에 처리해야 할 산더미 같은 일과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쓰여 있다. 마무리가 다 된 일과에는 거침없이 줄이 쫙쫙 그어져 있고 또 어떤 일과표 옆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낙서가 돼 있기도 하다.

누구보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치열한 열정을 숨기고 있는 그녀. 뷰티컨설팅 전문 업체 브레인파이의 대표로, 방송 진행자로, 또 대기업 인기 강사이자 칼럼니스트로. 사람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쉴 틈이 없다는 뷰티컨설턴트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를 만났다.

◆국내 1호 뷰티컨설턴트

뷰티컨설턴트? 처음 그의 명함을 받아 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뷰티컨설턴트는 스타일리스트처럼 옷을 골라서 입혀 주는 일도 아니고, 퍼스널 쇼퍼처럼 쇼핑할 때 어떤 옷을 사야할 지 도와주는 것과도 역할이 다르다.

“스타일을 상담해 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아요.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사회생활이나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 외모가 주는 경쟁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어요. 그런데 높아진 관심에 비해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제 역할은 그걸 도와주는 거에요.”

이를 위해 피 대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대기업 강연을 나가 무뚝뚝한 중년 임원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펼치기도 하고, 언론사에 칼럼도 꾸준히 싣고 있다. 케이블 뷰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가 하면 뷰티업체와 협력해 뷰티 관련 제품의 브랜드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피 대표는 “한두번 멋진 옷을 입어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스타일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고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긍정적인 이미지를 위해 어떤 스타일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방향성을 찾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게 피 대표의 생각이다.

2006년 피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국내 1호 뷰티컨설턴트가 됐다. ‘엘르’ ‘애비뉴엘’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 유명 잡지의 기자로 편집장까지 지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케이블 방송 온스타일에서 방영하는 <싱글즈 인 서울>이라는 프로그램에 화려한 싱글 중 한사람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선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새로운 도전을 부추겼던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 또 기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스타일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뷰티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가능성을 믿었어요. 그걸 잘 해낼 자신감도 있었고요.”

◆시그니처 스타일, 패션으로 나를 말한다


스스로 길을 개척해가야만 하는 조금은 무모한 도전. 잡지 기자로 일할 때보다 공부량은 배로 늘어나고, 해야 할 일도 3배 더 바빠졌지만 그는 “내 선택이 옳았다”고 자부한다. 그는 “내 강의나 글을 보고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든다”고 말한다.

“대기업 강의가 유독 많아요. 대부분 중년 임원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요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거든요. 나이 지긋한 분들이 강의를 얼마나 열중해서 듣는지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나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다’처럼 원하는 것도 분명하고 ‘보톡스 시술’에 관한 것을 비롯해서 질문도 굉장히 구체적이거든요.”

피 대표는 “처음에는 변화가 많고 화려한 여성패션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남성패션이 더 재밌는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간다.

“강의를 다닐수록 분명하게 느끼는 게 있어요. 이 분들이 관심도 많고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욕심도 큰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는 거에요. 사실 여자들이나 젊은 사람들이야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패션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요. 그런데 중년 남성은 달라요. 40년 넘게 회사 일에만 열정을 바치느라 패션에 대해서는 걸음마나 다름없죠. 굉장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스타일을 짚어 줄 친절한 선생님이 필요해요. 그만큼 뷰티컨설턴트로서 제가 채워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거죠.”

그는 특히 시그니처 스타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대표하는 시그니처(서명, 사인)처럼 패션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스타일이 중요해요.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고 싶은지, 근엄한 사람이고 싶은지 또 젊은 감각을 강조하고 싶은지 기본에 충실한 사람인지, 스타일에 이 모든 게 다 드러나거든요. 무조건 유행을 좇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시그니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좋은 방법은 없을까? 피 대표가 제안한 해결책은 참 간단한 듯하면서도 어렵다. 다름 아닌 용기다.

“예전에 대통령 후보들의 패션을 분석한 적이 있었어요. 물론 이분들 모두 옷은 참 잘 입고 있는데, 자신만의 차별화된 패션 색깔이랄까 느낌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멋있어지고 싶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요. 그만큼 많이 시도해보고 나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죠.

너무 유행에 민감할 필요도 없고, 또 패션 잡지에서 소개하는 패션 공식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요. 키 작은 사람은 줄무늬 수트가 안 어울린다고 하지만 키 작아도 멋지게 줄무늬 수트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일단은 입어봐야 나에게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알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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