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솔로몬' 필요한 방통위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09.10.19 08:10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KT와 SK텔레콤 간에 벌어진 '상호접속협정 이행 재정에 관한 건'을 다루면서 2003년에 맺은 문서내용이 현재 정책과 부딪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10월14일자 본지 참조>
 
단순하게 보면 이번 건은 2003년 당시 양사가 맺은 협정서가 효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연간 수백억원의 접속료를 더 내느냐 덜 내느냐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한발 더 들어가면 이번 건은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논하는 문제일 수 있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협정서를 체결할 당시 2세대와 3세대 통신서비스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에 작성된 두 회사간 협정서는 SK텔레콤은 KTF(현 KT)에 자사 이동통신망을 2세대뿐 아니라 3세대까지 의무적으로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은 '지배적사업자'로 지정돼 있지만 3세대 시장에선 '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SK텔레콤은 지배적사업자로서 '직접 접속'을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규제가 3세대 이동통신망까지 포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3세대 상용서비스를 막 시작할 때 맺은 협정서를 지금 시장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물론 KT는 협정서를 근거로 SK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망을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했다.
 
두 회사의 의견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이 문제를 조만간 매듭지어야 하지만 협정서대로 해석하기도 부담스럽고 협정서를 부정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다. 협정서대로 이행하려면 3세대 시장에서 SK텔레콤을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해야 3세대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사업자가 KT와 SK텔레콤 달랑 2곳인 점을 감안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일각에선 미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정책오류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정책과 현재 정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임위가 '솔로몬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사업자들은 법원에서 이 문제를 가릴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임위가 어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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