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e북 '스토리' 직접 써보니…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9.10.17 09:11

[Digital Life~]종이책처럼 편안한 화면 그러나 해상도는 떨어져



여행이나 휴가를 떠날 때 늘 여러 권의 책을 챙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행가방에 책 몇 권을 넣다 보면 금세 가방이 불룩해진다. 책을 여러 권 가져가고 싶어도 부피 때문에 망설여지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럴 때마다 '전자책(e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고판 크기에 불과한 e북 하나에 수십권의 책을 담을 수 있으니 여행 필수품으로 제격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e북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서 e북 단말기 '킨들'을 판매한 지 오래다. 국내서도 e북 시장이 최근 들어 꿈틀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피루스'라는 e북 단말기를 내놓은 데 이어 아이리버도 '스토리'라는 e북 단말기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아이리버의 '스토리' 제품을 기자가 직접 사용해 봤다.

◇깔끔한 디자인에 '눈의 피로'까지 덜다

아이리버 '스토리'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얇은 책 한권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제품의 색상은 하얀색이고, 제품 아래쪽에 PC 키보드처럼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쿼티' 자판이 배열돼 있다. 두께가 1㎝도 안돼 얄팍한 감촉이 전해졌고, 제품이 얇다 보니 제품 모서리를 유선형으로 처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범용직렬버스(USB) 단자나 SD카드 슬롯, 전원버튼, 이어폰 단자 등은 모두 제품 밑부분에 감춰져 있어 깔끔해 보였다.

'스토리'의 너비는 약 12.7㎝였다. 때문에 한 손으로 들고 책을 읽기에는 다소 버거웠다. 얇기는 하지만 너비가 넓은 편이어서 양복 안주머니에 넣기에도 컸다. 다만, 무게가 284g에 불과해서 휴대하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15.24㎝(6인치) 크기의 화면은 아마존 '킨들DX'(9.7인치)와 삼성 '파피루스'(5인치)의 중간 정도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꺼내놓고 독서하기에 적당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색은 종이책 글자색과 비슷하도록 최대한 질감을 살렸다. 때문에 PC나 휴대폰,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를 통해 활자를 읽는 것보다는 눈이 훨씬 편했다. 다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기는 '깜빡거림' 현상은 다소 눈에 거슬렸다. 페이지를 넘길 때 사용되는 페이지 업다운 버튼은 제품 양쪽 귀퉁이에 있어 사용하기 편리했다. 그러나 버튼을 누를 때의 감촉(키감)은 생각만큼 산뜻하지 못했다.

◇오피스 파일도 지원

'스토리'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e북 단말기 최고의 파일 확장성일 것이다. 국내 출시된 e북 단말기는 물론, 아마존 '킨들'보다 더 많은 문서 포맷을 지원한다.
 
기존 e북 전용 포맷인 'epub' 파일과 'PDF' 문서는 물론이고, 텍스트(txt), MS 오피스 파일(ppt·doc·xls), JPG, BMP 같은 그림파일까지 지원된다. 여기에 만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코믹뷰어까지 제공되니 말이다.
 

때문에 e북뿐만 아니라 PC에 있는 각종 문서와 그림파일도 별도의 변환과정 없이 '스토리'에서 바로 볼 수 있다. 한글은 완벽히 지원되며 영어 중국어 등 14개국 언어까지 지원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활자 확대버튼까지 달려 있어 활자를 3단계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면의 가로와 세로를 바꿔가며 읽을 수 있다. 다만, 가로보기 상태에서는 확대 버튼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또 파일에 따라 문서를 열거나 페이지를 넘길 때 로딩속도가 다소 느려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음악감상(MP3파일 재생)과 다이어리나 메모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 제품의 매력이다. 키보드 배열이 일반 PC와 비슷해 익숙해지면 짧은 문장을 완성하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는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MP3파일을 이용해 오디오북을 청취할 수도 있다.
 
강력한 배터리 성능도 만족스럽다. 한번 충전 후 7000페이지 정도를 열어볼 수 있다. 실제 40분 출퇴근 기준으로 도서 구독기능만 이용할 경우 한번 충전 후 1주일 동안은 너끈히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내장된 메모리 용량 1.7기가바이트(GB) 외에 최대 32GB 외장 SD카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원하는 콘텐츠와 음악파일을 맘껏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무선지원 안 되는 것은 아쉬움

'스토리'를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 바로 해상도였다. 800×600해상도(8그레이)로 문서 내 삽화나 사진, 그림 이미지를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사진 이미지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교재나 요리서적을 볼 때는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페이지 건너뛰기 기능이 없다는 것도 불편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로딩속도가 있어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경우, 중간중간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 읽기가 녹록지 않다. 검색기능은 있지만 도서 제목만 검색될 뿐 본문 내 페이지 검색은 지원되지 않는다.
 
아마존 킨들 같은 무선랜(Wi-Fi) 기능이 없다는 점도 단점이다. 디지털교보문고 등 온라인숍에서 콘텐츠를 정상가격에 구입하고도 PC를 통해 데이터를 한번 경유해야 한다.

◇스토리, 촉매제 될까

아이리버 스토리는 출시와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말 예약판매 이틀 만에 초기물량 2000대 매진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400여대가 팔려나갔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아이리버는 앞으로 'PDF' 문서 확대 시 스크롤을 지원하고 전원절약기능(슬림모드)를 지원하는 펌웨어를 조만간 내놓고 무선랜이 내장된 후속제품 출시 계획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스토리'가 '반짝 인기'에 그칠지 베스트셀러가 될지 속단하기 이르다. 눈길을 끄는 '신선함'도 컸지만 시험작으로서의 한계도 없지 않다. 특히 전용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어쨌든 '스토리'는 그동안 기지개를 켜지 못했던 국내 e북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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