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쌀값 안정과 쌀 관세화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 2009.10.15 08:46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보이는 기록적 풍수해와 지진ㆍ해일로 고통받는 아시아 국가들을 보면, 이 쾌청한 우리의 하늘이 여간 고맙지 않다.

좋은 날씨는 풍년으로 이어진다. 태풍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던 작년의 쌀 생산량은 평년보다 27만톤이나 많은 484만톤이었다. 올해도 적당한 강수량, 풍부한 일조량, 큰 일교차로 작년 못지않은 풍작이 전망된다. 이것은 437만톤에 불과한 현재 쌀 소비량을 고려할 때 47만톤의 초과공급을 의미한다. 예전처럼 풍년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작년 쌀값은 정부의 가격지지 보조금과 단위 농협 조합장 선거 덕택에 80㎏가마당 약 16만원선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약14만 6000원으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원래 목표치인 247만톤보다 23만톤 늘려 270만톤을 '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해 구매하도록 한다지만 원래 가격비탄력적인 쌀의 특성상 다소의 초과공급만으로도 국내 쌀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쌀 관세화 유보와 맞물려 매년 증량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도 올해 이미 30만7000톤에 이르렀고 잉여 쌀 보관비용 증가도 난제다.

우리 쌀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1995년부터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은 데 이어 2005년 주요 대한(對韓) 쌀 수출국과 타결한 쌀 협상에서 2005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MMA 물량을 기준 연도인 1988~1990년 소비량 대비 4%에서 8%로 점증시키며 밥쌀용 시판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관세화 유예를 10년 더 연장하고 유예기간 중 관세화로 전환할 권한을 갖는 내용으로 관세율 양허표를 개정했다.

관세화 유예를 지속한다면 2005년 22만5575톤에서 매년 균등하게 증량되는 MMA물량이 2014년엔 그 최대치인 40만8700톤에 이르게 된다. 현재 심각한 초과공급 상황에서 정부도 쌀의 관세화를 검토하는 것같다. 관세화로 전환시 MMA물량은 전환 당시 수준으로 동결된다는 점에서 더 늦은 전환은 더 많은 MMA물량의 부담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 2014년 이후에는 관세화가 불가피하다. `2005년 협상돴에서 관세화 유예 연장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조속한 관세화 또는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의 지속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변수들은 ①쌀의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 ②한국의 쌀에 대한 관세 장벽, 즉 관세율 ③ WTO DDA의 농업협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쌀값은 2007년부터 상승세가 두드러지더니 2008년에는 2002~2004년 가격의 약 3배의 폭으로 폭등하더니 2009년 들어 하향 진정되고 있다.

예컨대, 5%의 관세가 적용되는 2008년 MMA로 수입된 미국산 중립종의 국내 판매가격은 80kg당 22만 9000원으로 경기미보다 29%, 충청ㆍ전라미보다는 52% 높은 수준이었다. 이미 언급한 바 국내 쌀값은 하락세이다. 이러한 가격구조에서는 관세화로 전환해도 MMA물량을 초과해 국내로 수입되는 쌀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화하는 경우 한국 쌀의 '관세상당치'는 1988년부터 1990년의 국내 쌀값과 수입 쌀값의 차이로서 관세율은 약 400% 정도로 추산된다. 상당히 높은 장벽이다.

향후 DDA 협상 결과 한국의 쌀이 선진국의 민간품목이 되는가, 또는 개도국의 특별품목으로 분류되는가도 변수이다. 선진국 민간품목의 경우 관세의 23.3% 이상 감축과 MMA와 흡사한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이 4% 증량되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관세화 유예가 더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향후 1년 내에 DDA협상의 타결 전망이 불투명해 2013년까지는 그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DDA협상 결과 한국의 쌀이 개도국의 특별품목으로 분류되면 관세의 감축과 TRQ 증량도 없게 되어 쌀의 관세화가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MMA물량을 가급적 줄이는 조속한 관세화가 유리하다.

관세화할 경우 국제 쌀값의 폭락시 수입이 급증할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급격한 수입증가에 대해서는 농산물 '특별수입제한(SSG)'과 DDA에서 논의 중인 '개도국특별긴급수입제한(SSM)'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쌀이 '예외 없는 관세화'의 예외 품목으로 국제사회에 짙은 보호무역주의의 인상(印象)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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