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헤지펀드 독소 지뢰밭 특약 살펴보니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9.10.14 08:38

[검은 헤지펀드] (中-3) 감자해도 행사가유지..액면가 아래로 리픽싱

" '비가 오면 피터벡에게 돈을 준다' 이런 조항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악질 사채업자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피터벡 대리인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한 적이 있다는 한 상장사 임원 C씨의 말이다.

헤지펀드들은 영문으로만 모든 계약서를 만들며, 여기에 수십 개의 특약조항들이 단서로 달려 있다. 계약서에는 피터벡의 경우 서정, 이볼루션의 경우 리인터내셔널법률사무소, DKR의 경우 김&장 등의 법무법인이 참여하고 있다.

피터벡이 투자했던 A사 경영진의 경우도 엄청난 독소조항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두툼한 특약서는 투자결정을 최종 사인하는 당일에야 처음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락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A사는 피터벡이 사사건건 디폴트를 문제 삼으며 페널티를 요구한 다음에야 뒤늦게 특약전문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특약은 무려 400개가 넘었고, 번역본 페이지 수만 106페이지에 달했다.

디초콜릿의 경우, 2007년에 이어 2009년에도 피터벡에 BW를 발행했다. 사채특약 '옵션'은 전체 주주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내용은 최근까지 비밀에 가려졌다.

하지만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부터 발행된 BW의 경우, 특약을 명시하도록 했기 때문에 피터벡 특약의 실체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올해 디초콜릿이 추가로 발행하면서 공시된 BW특약은 약 40개. 피터벡은 분명 투자목적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피터벡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특약은 '회사가 사채권자들의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득함이 없이' 중요한 경영사안을 결정했다가는 '디폴트(기한이익상실)'조건에 걸려버린다. 그렇게 되면 회사는 당장 사채원금의 110%를 상환해야하며, 상환기간이 한 달이 소요되면 원금은 115%로 늘어난다. 결국 페널티를 물거나 헤지펀드의 ‘대주’요구 등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특약만 봐도 피터벡 허락 없이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또 피터벡 허락 없이는 최대주주인 이귀분씨가 발행일 이후에 취득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양도할 수도 없고, 이 씨 주식 5%이상을 매매할 수도 없다. 대표이사도 피터벡 허락 없이는 못 바꾸고, 핵심사업도 못 바꾸고, 정관도 물론 못 바꾼다. 제3자에게 돈을 대여하거나 보증을 서거나 기타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할 경우에도 피터벡의 승인이 있어야한다.

만일의 경우, 법적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건도 철저하다. 모든 법률비용으로부터 피터벡은 면책된다는 특약이 붙어있다. 변호사 비용과 세금, 법원·송달·공증수수료, 우편비용 모두 피터벡은 '면책'이다.


◇감자해도 행사가는 변동없는 황금BW =헤지펀드들이 즐겨 활용하는 독소조항으로 이른바 ‘황금BW’, 즉 '감자를 해도 행사가격은 변동이 없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실제 피터벡은 지난 2007년 R사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10대1감자를 하자, 앉아서 10배의 차익을 거뒀다. 과거 투자한 회사의 경영상태가 나빠질 경우 감자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또 흔한 논쟁거리가 리픽싱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리픽싱은 최대 70%수준으로 하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지만, 피터벡의 특약은 액면가 아래로까지 리픽싱이 가능하도록 했다. A사의 경우 주가 폭락으로 행사가액이 액면가 500원으로 떨어지면서 주식 수는 크게 늘었고, 감자를 했지만 행사가액은 그대로였다. 이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는 9000원을 넘어섰다. 피터벡의 수익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피터벡은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일체 하지 않는다'고 공시하고 있지만,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모두 피터벡 허락 없이 중요한 경영권행사를 할 수는 없다.

디초콜릿의 경우, 신주인수권 25.5%를 보유하고 있는 피터벡이 숨은 최대주주이며, 현재 최대주주인 은경표, 신동엽 등 5인의 지분은 10.73%에 불과하다.

◇디초콜렛 3%지분이 왜 시가 6배에?=검은 헤지펀드는 경영권 분쟁중인 기업에 즐겨 투자한다. 신주인수권의 향방이 분쟁의 승패를 좌우하므로 막대한 프리미엄을 붙여서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벡의 예상이 맞았는지 투자한지 2년이 지난 최근 디초콜릿은 연예인 신동엽씨와 프로듀서 출신의 은경표씨 등이 의결권을 모아 경영권 행사를 선언했다. 이후 전 최대주주 이귀분씨는 최근 지분 136만여주(3.24%)와 경영권을 메디온에 시가의 6배에 달하는 이해하기 힘든 높은 가격으로 매각했다.

하지만 발행당시 특약에 따르면 이 씨는 주식 245만6434주의 5%이상을 매각하거나 양도하려면 피터벡의 서면사전동의를 받아야한다. 실제 의사결정을 피터벡이 했는지, 이 씨의 결정을 피터벡이 사전동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디초콜릿 최대주주인 은경표씨 측에서도 '경영권 매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절차상으로도 은 씨가 요구한 임시주주 총회를 취소하더니 급하게 매각해버렸고, 메디온이라는 새로운 세력의 자금성격도 건전자금인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을 뒤로한 채, 디초콜릿 최대주주인 은 씨 측은 다음달 5일 임시주총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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