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ELD 대박… "고마워요 행장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10.12 07:11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해 9월15일.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데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7층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김정태 행장 주재로 비상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김 행장은 "위기가 기회라고 하는데 기회를 찾으셨나요. 주식시장이 불안할 것 같은 데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어때요"라고 말했다. 김 행장의 평소 '화법'을 잘아는 직원들은 처음엔 그냥 '조크'인 줄 알았다.

앞으로 주가가 얼마나 더 빠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런 때 ELD를 판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하나은행의 ELD 판매실적은 3대 시중은행을 합한 것보다 2배나 많았고 이는 1년 뒤 최고 연 12%이라는 수익률 '대박'으로 돌아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만기가 돌아온 하나은행의 ELD '53차 안정형 29호'는 최고 수익률인 12%를 기록했다. '54차 범위형 1호'도 12%의 수익률 '대박'을 냈다.

이밖에도 '53차 적극형 21호'와 '54차 원터치형 1호'도 각각 8%, 9%로 '선방'했다. 1년 전 정기예금 금리가 6% 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 2배 이상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6일 만기가 돌아온 하나은행의 ELD 판매액은 1255억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말까지 총판매액은 7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3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은행)의 총판매액보다 2배나 많은 규모다.


'리먼 사태' 이후 '주가'라는 용어만 들어가도 고객들의 거부반응은 상당히 높았다. 고객들의 반응이 신통찮아 일부 시중은행은 ELD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소극적으로 판매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주가가 반등하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면서 "요즘 만기가 돼서 돈을 찾으러온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규모의 편차는 있지만 다른 은행도 '리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에 판매한 코스피200지수연계 '하이믹스 복합예금' 12호는 12.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달 녹아웃(특정 기준선을 초과하면 낮은 금리를 확정짓는 일종의 옵션)에 걸린 13호의 경우도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7%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ELD 상품인 'KB리더스 정기예금'의 경우 8-17의 수익률은 7.2%에 달했고 오는 12월4일 만기가 돌아오는 8-18호는 현재 기준 10%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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