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차입 억제… 은행들 "격세지감"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10.10 12:30

"위기때 들여온 달러 이자부담에 골머리"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달러조달에 제동을 걸었다. 5개월 전만 전만 해도 정부는 외화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면서 달러조달에 힘을 실어줬다. 은행권에선 격세지감이란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들어오는 달러를 막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일단 외화유동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일곱달째 늘어 2500억달러를 넘겼다. 최근들어 다소 출렁이고 있지만 외국인 주식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미끄럼을 타는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외환당국은 환율하락은 괜찮지만 속도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원화값은 9월들어 한달새 4.5%가 절상됐다. 10월 들어선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속 올라 쏠림현상을 지적하는 구두개입도 나왔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너무 (하락)속도가 빠르면 경제주체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 아니냐"며 "외환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아주 급격한 변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급락하는 환율을 바라보는 외환당국의 우려를 인정한다. 하지만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해외채권 발행을 부추겼다가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 꾸준히 달러차입을 해왔기 때문에 외화유동성은 풍부하다. 10년전 외환창고가 바닥났었던 IMF외환위기 악몽 때문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달러를 끌어모았다. 달러차입을 어느정도 제한해도 유동성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작 수요는 많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아직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외화대출을 통해 해외에 시설투자를 하려는 수출기업은 거의 없다"며 "미국 투자은행(IB)이 몰락하면서 외국계 사모펀드 등 해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는 금융기관 수요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자부담이다. 은행들 대부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고금리로 달러를 들여왔기 때문에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그만큼 이자는 불어난다.

다른 시중은행 외화조달 담당자는 "지난 8월부터는 꼭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면 자제하고 비용관리(cost management)에 주력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싼 자금으로 달러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기가 1년을 초과하고 규모가 5000만달러가 넘는 외환을 차입할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사실상 '허가'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4분기에도 몇군데 금융기관이 달러차입을 준비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정부 조치로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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