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하이닉스 베팅…코끼리 정말 삼킬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10.13 11:23

[머니위크 CEO In & Out]뉴스메이커 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요즘 효성처럼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기업이 또 있을까? 지난 9월22일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단독으로 제출하면서 증권가는 물론 정ㆍ재계를 포함해 어디 한군데 술렁이지 않는 곳이 없다.

이슈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규모 차이다. 효성은 6월 말 기준 총 자산 6조1000억원에 부채 3조6000억원, 자기자본은 2조5000억원인 기업이다. 반면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이 16조6000억원에 이른다. 시가총액으로만 판단해도 하이닉스(12조3000억원)는 효성(3조원)의 4배가 넘는다.

따라서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보다는 사전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간혹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기도 하지만 효성에게 하이닉스는 너무 큰 코끼리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섬유산업 등에 특화된 효성이 부침이 심한 반도체사업을 하겠다는 점이다. 반도체 사업은 적어도 매년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안정된 수급이 어려워 수익성의 편차가 큰 분야다. 뒤늦게 반도체에 뛰어들었다가 애를 먹고 있는 동부가 좋은 예다.

특히나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효성그룹이 반도체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내부적인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효성이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했다가 형제경영이 깨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이 같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효성이 하이닉스라는 코끼리를 삼킬 것이라고 보는 쪽은 조석래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1990년대까지 재계순위 10위권이던 효성이지만 이후 뚜렷한 성장 없이 3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조 회장의 투지를 불살랐다는 관측이다. 아버지인 조홍제 창업주가 삼성과 동업했다가 분가했던 인연도 의욕을 고취시킨다. 만약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면 자산규모 21조원대의 재계 14위 그룹이 된다.

◆조석래의 꼼꼼함

조 회장은 그룹의 외형확장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반도체기업 인수의 밑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이 특유의 치밀한 전략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조 회장은 업계에서 꼼꼼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주변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것이 조 회장의 생활신조라고 평가할 정도다.

업무보고를 받을 때 자신이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연설문 역시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며 수정하는 일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조 회장의 꼼꼼함은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조 회장은 “하이닉스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M&A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인수합병이 비밀에 부쳐야 할 내용이기는 하지만 거짓말까지 했어야 했느냐는 지적과 함께 ‘조 회장의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 이틀 뒤 조 회장은 성북동 자택에서 두툼한 서류뭉치를 옆구리에 낀 채 귀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평소 자신이 이해한 업무만 추진하는 조 회장의 꼼꼼한 성격을 감안하면 두툼한 서류뭉치 속에는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손익계산서가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효성의 힘, 혼맥의 힘

한편 효성그룹의 또 다른 이슈는 조 회장의 가족 등 주변인물과 관련된 사건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효성의 위법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지난 2002년 8월 LA에서 450만달러(당시 환율로 56억원)짜리 빌라를 구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해외주택 구입은 현지 체류 2년에 30만달러 이내만 가능했다는 점에서 조 사장의 거래는 위법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주택구입비의 출처도 불분명하고 효성그룹 계열사가 관여한 사실도 포착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검찰이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제시한 효성과 관련된 각종 비자금 관련 의혹들을 중단 7개월 만에 재조사했지만 전ㆍ현직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친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는 효성그룹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는 시선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막내딸 수연 씨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아내다. 이 대통령과 조 회장은 현직 대통령과 전경련회장이 사돈관계인 첫 사례인 셈이다.

효성은 이미 알려진 대로 철저한 혼맥 위주의 기업이다. 장남 조 사장은 이희상 한국동아제분 회장의 셋째 딸 이미경 씨와 부부인데, 이 회장의 첫째 딸 이윤혜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전재만 씨와 부부다. 이 외에도 효성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정치계 유력 인사와 연이 닿아있다.

사돈기업에 대한 이슈는 이뿐 아니다. 지난 10월 8일 조 회장의 셋째 아들인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 전무가 비올리스트 김유영 씨와 결혼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돈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특장차 제조업체인 광림과 도자기 전문기업인 행남자기가 전일대비 각각 14.29%와 14.91%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조 전무의 장인인 김여송 씨는 광림의 대표이사와 행남자기 감사를 겸임하고 있다. 행남자기의 김용주 회장과는 사촌 간이다.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