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GSK와 신종플루 백신 굴욕계약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9.10.09 11:06
정부가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에 면책 특권을 주고 법적 안전보장을 하기로 하는 등 굴욕 계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회보건복지가족위윈회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9일 질병관리본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정부가 백신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신종플루 백신 조달을 위해 맺은 구매의향서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내정 간섭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구매의향서는 제목부터가 '구속력 없는'(Non-Binding) 의향서로 돼 있고 내용에서도 백신접종 후 사망 등 부작용이 발생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줬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의향서는 '백신접종에 의한 사망이나 사건 등에 대해 GSK의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가 아니면 책임을 면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약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이 들어올 경우를 가정해 창고 보관비용도 한국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의향서는 제3자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한국정부가 법적 안전보장장치를 GSK에 제공하지 않으면 계약이 불성립되는 것을 전제로 했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제3자에는 국회나 시민단체, 전문 의료단체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사실상 내정 간섭적 성격이 있는 요구"라며 "국회나 시민단체, 전문 의료단체 등이 GSK에 문제제기를 할 경우 언제든 백신을 팔지 않겠다는 협박성 문구"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문구까지 수용하고 의향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의향서는 일개 다국적 제약사에 불과한 GSK에 우리 정부가 온갖 특혜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제라도 이런 굴욕적인 백신 계약을 추진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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