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 검은 원유에 낀 녹색 달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9.10.08 13:42

금값 최고-달러는 약세..원유 결제통화 달러 대체론 부상

금색과 검은색 사이의 녹색이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금처럼 화려하지도 검정처럼 강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금과 ‘검은 황금’ 원유 사이에 끼인 ‘그린백(지폐 색깔을 딴 달러의 별칭)’ 달러가 최근 꼭 이 신세다.



7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값(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28.35g)당 1043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75g(1돈)은 138달러로 16만원을 넘는다.

향후 10년 내에는 현재 가격의 두배인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원자재 등 투자 전문가 빌 로저스)도 나와 그야말로 금의 황금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그린백 달러의 신세는 초라하다. 달러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가치가 떨어져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가치지수인 달러 인덱스가 13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상태다.

안전자산의 양대 축인 달러와 금값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금값은 보통 종이 화폐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이용)고 하지만 다른 통화와 비교하면 달러의 초라한 위상은 더 두드러진다. 유로화와 호주달러 대비 금 가치는 2월 이후로 각각 10%, 25% 급락한 것.

달러화 가치 추락은 금융위기로 추락한 미국의 경제 지위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게 일반적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달러 중심 글로벌 경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을 세계중앙은행으로 격상시켜 달러 기축통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의 추락은 또다른 황금(검은 황금)으로 불린 원유와의 관계(원유 결제통화는 주로 달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동의 산유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의 금융정책 담당자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갖고 9년 후에 달러화를 대체해 각국의 통화를 섞은 바스켓 통화로 석유 거래를 추진한다는 보도(영국 인디펜던트)가 나온 것.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 등 거명된 국가들이 일제히 오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과 달러의 위상이 예전과 같았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달러의 종말로도 연결될 수 있는 이 같은 계획에는 미국에 적대적인 원유 생산국과 중국의 야심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면 미국의 영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지만 달러 약세가 수출경쟁력 강화에 기반한 미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한편 달러 위상 추락 속에 수출 위주 경제구조 탓에 환율(원/달러)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 자체 뿐만 아니라 달러에 연동되거나 영향을 주는 주요국가의 증시, 금값, 원유 거래 동향 등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와 이에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 우려는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적 혼란요인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16조원이나 줄어든 머니마켓펀드(MMF)는 정부의 대규모 자금 인출에서 비롯됐다. 한때 15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 아래로 하락하는 등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미세조정을 위해 MMF에서 외평기금을 인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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