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이성태' 외국서도 이견 노출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10.07 18:00

이 총재 "국제공조는 느슨하게 봐야"-윤 장관은 "질서정연하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에서도 출구전략에 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제 64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이 총재는 7일 (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공조를 너무 엄격하게 기계적으로 생각하면 안되고, 느슨하게 봐야 한다"며 "출구전략에 금리인상이 포함된다고 공식적으로 국제회의 같은 데서 명확히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호주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데 대해서는 "한국과 호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이 총재의 발언은 당장 금리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 공조와 무관하게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한은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금리인상은 고유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은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윤 장관이 전날 IMF/WB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확고한 국제 공조 의지를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윤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출구전략은 각국의 사정을 반영한 시기와 순서가 중요하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IMF가 출구전략의 기준을 제시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해 국제 공조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세계주요국가(G20) 내년 11월 정상회의 개최국이 된 것까지 감안해 국제 공조를 통한 글로벌 위기 탈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이 총재는 금리인상의 자율권을 앞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법대와 상대 차이를 꺼내면서 "법은 용어부터 정의하지만 우리는 출구전략을 정의한 적이 없다"는 말도 했다. 윤 장관이 법대(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이 총재가 상대(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점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위기로 곤경에 빠진 은행권을 지원하는 방식을 두고서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경제특보)과 다른 견해를 밝혀 언론에 '불협화음'으로 보도됐었다. 공교롭게도 강 특보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 총재는 한은법 개정을 둘러싼 재정부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어쨌든 1년을 끌어왔지 않냐.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같은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두 기관이 최근 금리인상 시기와 한은법 개정을 놓고 국내에서 '일전'을 벌인 것일 감안할 때 잠복된 갈등이 외국에서도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국내 수행 기자들을 상대로 한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출구전략에 관한 정부 내 엇박자를 국외에서도 노출했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되면서 이전보다 국제 공조에 관한 회원국의 합의를 선도하는 게 중요한데, 경제 수장들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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