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두순 사건'이 준 교훈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10.09 16:17
이른바 '조두순 사건'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의 심각성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이 사건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네티즌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은 앞 다퉈 관련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해 아동 성범죄자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특히 비난의 표적이 된 법원과 검찰, 법무부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는 아동 성범죄자들을 엄히 다스리고 형이 철저히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들끓는 여론을 진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면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대책들과 관련 기관들의 약속에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1990년대 초반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부남·김보은 사건'도 있었고 불과 1년여 전에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혜진·예슬이 사건'도 겪었다.

그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다양한 재발 방지책을 쏟아냈지만 여론에 편승한 미봉책에 그치기 일쑤였다.

국민들도 늘 그 때뿐이었다. 틈만 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 글을 올리고 인터넷 카페와 언론기사에 수도 없이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도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되찾았고 '분노의 추억'은 어느새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냄비처럼 금세 식어버린 관심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만 안겨줬고 '냄비 근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사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애꿎은 피해자는 계속 생겨났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격노하는 네티즌과 호들갑을 떠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 체념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도, 범인에게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밤잠을 설치게 한 분노를 오래도록 간직해 지금의 논의들이 실현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대책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의 분노와 관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