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어머니 잃은 정몽구 회장 부자의 '눈물'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9.10.06 17:17

고 이정화 여사,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에 각별한 애정

지난달 17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 위치한 선상카페 마리나 제페에서 열린 신형 'YF쏘나타' 신차발표회. 지난 8월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국내에서 사실상 '현대차 부회장'으로서 갖는 공식 데뷔무대라는 점에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끈 행사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참석 후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신차발표회장으로 달려온 정 부회장은 이날 준비해간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취재진을 응시하면서 인사말을 이어갈 정도로 많은 준비를 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시종 여유 있는 표정과 말투로 행사를 주관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신차발표회 때마다 정 부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정 고문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맏딸이자 정 부회장의 누나다.

정 고문은 그가 이끌고 있는 종합광고대행사 이노션이 신차발표회를 주관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신차발표회는 물론 해외공장 준공식 등에도 대부분 참석해 긴장된 표정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하곤 했다. 특히 2008년 초 있었던 기아차 '모하비'와 현대차 '제네시스' 신차발표회 때는 5일별세한 어머니 고 이정화 여사(사진)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안팎에서는 정 고문의 이같은 이례적 불참이 고 이 여사의 병세와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이 여사는 올 3월 신형 '에쿠스'에 이어 이번 'YF쏘나타' 신차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지난해 초 이후 공식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 이 여사의 병세는 대부분의 현대·기아차 임원들도 별세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몰랐을 정도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정 고문이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정 부회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는 달리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실상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조용한 내조'를 펼쳐온 고 이 여사는 외아들인 정 부회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008년 1월 '모하비'와 '제네시스' 신차 출시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정 부회장이 "어머니,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 부회장은 지난 8월 승진을 통해 사실상 '현대차의 얼굴'로 떠올랐다. 고 이 여사는 디자인 경영 등 차별화 된 경영을 통해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실적도 크게 개선시킨데 이어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이 흐뭇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정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애통함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정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일관성을 고려한 '더 큰 경영'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해 가는 과정을 못보고 떠난데 대한 안타까움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고 이 여사가 신병 치료를 위해 지난달 말 전용기를 통해 미국으로 떠날 때만해도 따라간 가족들조차 돌아가실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현대가 3세 경영자는 이날 "오늘 아침에야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너무 경황이 없고 충격적"이라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인 정 회장과 외아들 정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 여사를 갑작스럽게 잃은데 따른 충격과 애통함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