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새로 시공권을 따낸 '점령군' 현대 엠코가 기존 시공사인 한진중공업(해모로)의 '흔적 지우기' 작업을 벌이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이에 한진중공업이 강력 반발, 철거 작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가뜩이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 사업은 엠코가 끼어들면서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도134번지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토지인도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고 최근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엠코와 새로 체결한 도급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엠코는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즉시 대행사를 통해 기존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시설물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엠코 관계자는 "현재 현장 인수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법원의 결정이 난 만큼 오는 11월 초부터 1559가구(일반분양 289가구) 규모의 사업을 착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울에서 추진되는 엠코의 첫 번째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사업이라 의미가 있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이 사업을 맡아 오던 한진중공업은 '이중 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엠코가) 아직 계약서상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간판 등 시설물을 철거했다"며 "불법이라고 보고 현재 집행중지를 신청해 철거 작업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장은 그동안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해결하고 밀린 공사대금을 받으려는 시공사(한진)와 분양가를 유지해 추가 분담금을 낮추려는 조합 간 마찰이 빚어져 착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2120만원으로 책정,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며 미분양이 속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이렇게 꼬인 상황 속에서 엠코가 조합과 새로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건설사-건설사, 건설사-조합 간의 구도도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엠코가 기존 중소형 건설사들의 사업을 무리하게 가로채며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다수다. 앞서 엠코는 이미 지난 1월 신동아건설이 맡았던 인천 도화동 지역조합주택사업 시공권을 중간에 획득했다가 다시 되돌려줬다. 서울 마포 용강동에선 기존 시공사인 이수건설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틈을 타 시공권 확보를 시도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엠코가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집중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중소형 건설사들을 모기업(현대차그룹) 배경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며 사세를 넓히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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