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성숙한 집회시위문화

김진한 변호사 | 2009.10.05 09:08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24일 야간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제23조 1호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2명은 헌법불합치를, 2명은 합헌 의견을 각각 냈다.

헌재는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 등의 금지와 아울러 집회에 대한 허가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는 집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 허가뿐 아니라 집회의 시간, 장소를 기준으로 한 허가도 금지된다는 의미이므로 옥내·외 집회나 주·야간 집회를 막론하고 집회 전반에 걸쳐 허가제는 금지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15년 전 헌재가 야간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던 때와 비교해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옥외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와 다수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독소 조항으로 지목돼온 다른 집시법 조항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참에 헌법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완벽히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보충 의견에도 나타나 있듯이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인 집회만을 보호하는 것이고 집회과정에서 공공질서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형법 기타의 법률에 의하여 처벌대상으로 되기 때문에 공공질서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예상만으로 집회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모든 야간옥외집회가 항상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개연성이 확실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위험성을 예방하기에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면 되는 것이므로 야간옥외집회의 법익침해가능성을 내세워 모든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다만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돼서는 안된다고 하더라도 무제한의 절대적인 자유는 아닌 만큼 야간옥외집회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마련은 필요하다. 야간은 주간에 비해 사고 등의 위험성이 크고 소음 등 생활 불편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입법으로 위험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 촛불시위 양상을 떠올리면 집회시위 자유가 공공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야 함은 자명하다. 헌재 역시 이번 결정에서 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측은 '법치의 이름으로 민주를 짓밟았다'고 비난했지만 그들 스스로 법치를 어긴 측면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집회시위의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다수의 국민에게 피해나 불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이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가 한층 성숙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과격하고 폭력적인 집회 사례도 있었지만 지난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보여준 평화적인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시위대와 생수통을 손에 든 시위 참가자, 집회가 폭력화되고 과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예비군 시위대 등은 우리들의 성숙된 의식을 잘 보여준 사례다.

성숙한 집회시위문화가 정착돼 야간옥외집회가 공공의 안녕 질서와 다수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평화적이면서도 합법적인 집회시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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