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대량 발주취소 위기(상보)

기성훈 기자, 장웅조 기자 | 2009.09.30 13:08

세계 3위 佛선사 CMA CGM 모라토리엄 선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대량의 선박 발주취소나 인도연기라는 악재를 맞을 전망이다.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위기에 봉착한 프랑스의 한 거대 해운회사가 한국 조선소들에 발주한 컨테이너 선박에 대해 예정대로 잔금을 지불하기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해운·조선전문지 JOC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현지언론을 인용해 세계 3위 규모의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이 파리에서 채권은행과 모임을 갖고 금융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6조 300억원(35억 유로)에 달하는 규모의 채권을 상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 해운·조선전문언론 로이드리스트도 같은 날 보도를 통해 익명의 CMA CGM 고위관계자를 인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라토리움을 2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회사는 채무지급유예 기간으로 1년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CMA CGM 대변인은 "기존에 발주한 선박에 대해서는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몇몇 건(some case)에 대해서는 발주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취소하거나 인도를 연기하겠다는 선박의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인도연기의 경우도 그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CMA CGM이 그간 국내 조선사에 수십척의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맡겼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전문조사기관 클락슨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들이 앞으로 인도할 예정인 배 중 37척이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CMA CGM에 2010년까지 1만1356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9척을 인도할 예정이며, 대우조선해양은 1만3300TEU급 8척을, 삼성중공업은 8465TEU급 5척을 각각 수주했다. 한진중공업은 본사(부산)가 6500TEU급 3척,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1만 2562TEU급 2척과 3600TEU급 10척을 각각 수주한 상태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MA CGM 그룹은 국내 조선사에도 컨테이너선을 발주를 많이 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는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는 현 시점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이번 CMA CGM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조선·해운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9일 현재 CMA-CGM은 총 359척, 102만730TEU의 컨테이너선대(자사선 91척·용선 268척)를 운용하는 거대 해운업체이다.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은 60척, 50만5688TEU에 달한다. 지난해 17조7000억원(150억달러)의 매출과 1460억원(1억24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재무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한국 조선소나 금융기관과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CMA CGM이 선박 대금을 납입하지 못한 데다 이를 대신할 담보물도 제공하지 않아 건조가 완성되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배가 있다"며 "현재 한국 조선소에 정박중인 배가 2척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CMA CGM의 채권은행들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모라토리엄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회사는 2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 유럽, 아시아와 한국의 메이저 금융 기관들을 포함한 국제적 은행들로 구성된 위원회와 합의점에 도달했다"며 "위원회는 CMA CGM의 자금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단기적ㆍ중기적 자금조달에 대한 여러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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