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자금, 장기 투자처로 '이동' 본격화

더벨 황은재 기자 | 2009.09.30 10:16

MMF·정기예금 20~30조원 이동..M&A·IPO 등 최대 30조원 진행·대기

이 기사는 09월28일(15: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단기 자금의 대 이동이 시작됐다. 위험을 피해 MMF에 숨었던 자금은 채권형 펀드와 은행 예금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은행이 유동성 확충을 위해 유치했던 6%대 고금리 예금도 내달부터 대거 만기가 도래해 새로운 투자처를 기웃거리고 있다.

마침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엔 공기업 민영화 등 큰 이슈가 많아 큰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단기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어 MMF 등에서 미리 돈을 빼자는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만기 도래 정기예금·MMF, 20~30조 자금 이동 있을 듯

대표적인 단기투자 상품인 MMF는 올해 초 120조원에 달했지만 9월24일 현재 87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법인과 개인 모두 MMF에서 이탈하는 추세다. 달러/원 환율 하락까지 맞물려 MMF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MMF에서 환매 추세가 지속돼 작년 여름 수준으로 MMF 잔액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0~20조원의 추가 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MMF에서 이탈한 자금은 중장기 채권형펀드나 직접 주식투자, 은행 예금 등으로 유입되고 있다. 채권형펀드는 지난해 말 설정원본 기준 30조원에서 최근 45조원으로 늘었고 은행 정기예금에는 지난 7월과 8월 두달 동안에만 12조2000억원이 유입됐다.

10월중 만기도래하는 정기예금의 향방도 관심이다. 그 규모가 13조원으로 추산되는 데 지난해 은행이 연 6% 이상의 고금리를 주고 예치한 자금이다.

은행권에서는 만기도래 규모의 80% 정도가 재유입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연 4%. 고금리 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서는 정기예금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3~5년만기 정기예금을 5% 후반 대에서 판매하면 고객들의 금리 눈높이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 M&A, IPO, 지분매각 등 장기 투자 대상 늘어

단기자금의 이동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지분 매각 스케줄이 구체화되고 있고 IPO와 M&A, 지분매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이닉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날, 대우조선해양 등은 단일 딜(Deal) 규모가 3조~6조원에 달하는 대형 딜로 내년까지 그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M&A, IPO, 지분매각은 딜의 특성상 장기조달과 장기투자로 연결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맞물려 MMF 등 단기 투자 상품에 머물렀던 기업과 금융회사의 자금이 딜의 재원으로 이용돼 장기자금으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특히 M&A의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을 빌리는 게 일반적이다. 만기도래한 정기예금이나 시중 단기자금을 유치해 장기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압박, 단기자금 장기화 유도

금융위기가 마무리 되면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점진적인 출구전략 실행은 단기자금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재료다.

한은은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르면 연내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 다만 가파른 인상이 아닌 너무 낮은 기준금리를 일부 정상화하겠다는 차원임을 명백히 했다. 단기 금리는 오르고 중장기 금리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과 속도 조절을 함께 진행할 경우 시장은 향후 1~2년 내에 기준금리가 5%로 가는 경로를 생각하기 보다는 2~3년에 걸쳐 5% 수준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장기 금리가 빠르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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