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궁금하면 엔(JPY)을 봐라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9.30 10:02

[FX리포트]외환당국, 엔/원 초점 환율 관리

이 기사는 09월29일(15:2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절상 용인 시사와 더불어 달러화가 엔화를 대신해 캐리 통화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점이 주요인이다.

엔화 강세에 국내 외환당국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훼손이 덜해 원화 절상 여건에 보조를 맞춰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엔/원 환율의 추이가 달러/원 환율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정부, 환율 하락 버티기 작전

올초 1600원 근처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 이후 금융 위기가 진정되면서 환율은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내 외화 유동성 부족이 어느 정도 해갈됐고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 덕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 폭에 비해 하락 속도는 상당히 더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를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속도 조절이라기보다 원화 절상 추세에 대항하며 '끝까지 버티면서 환율을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게 하고 싶어 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외환시장 한 전문가는 "사상최대의 경상 흑자 등에서 보듯이 지난해와 올해 정부는 고환율로 상당히 큰 도움을 받았다"며 "경제 회복이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 균형수준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현재 환율은 1100원대 혹은 그 이하였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엔화 초강세에 여유 찾은 원화

이러던 정부가 엔화 초강세에 여유를 찾게 됐다. 올초 100엔을 상회하던 달러/엔 환율이 90엔 붕괴 직전에 놓였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의 발언에서 보듯이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절상 용인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수출의존도를 줄여 내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캐리 통화의 주축이었던 일본 엔화가 달러화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의 중요한 배경이다. 해외 현지법인의 소득의 본국 송환시 면세 혜택을 준 것 역시 엔화 강세 요인이다.




원화도 최근 1300원대가 붕괴되면서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엔화 대비로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300원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것.

때문에 국내 외환당국도 엔화 환율 추이를 지켜보며 원화 절상 속도를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화 절상 추세를 받아들이면서도 엔화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재은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원 환율 하락 기조는 이미 굳어진 상황이며, 정부 개입 여하에 따라 속도조절 정도가 시장의 관심이다"면서도 "그러나 엔화 역시 강세 기조를 보이면서 크로스 환율인 엔/원 환율은 100엔당 1300원 대에서 강하게 지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경쟁 업종, 전체 수출액 절반

엔/원 환율에 대한 관리는 일본 기업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엔화 대비 원화 저평가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일본 상품보다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2~3년전 100엔당 1000원 아래였던 엔/원 환율이 최근 1300원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와 반도체, 자동차 업종에서의 약진이 바로 엔/원 고환율 효과로 보면 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7월 현재 일본과 주요 수출경쟁 업종인 전기전자와 반도체, 자동차의 수출 비중은 50%에 달했다. 이 업종 외 기업별로 보면 국내 상장기업의 80% 정도가 엔/원 환율 변화에 따라 수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원/달러 보다 원/엔의 추이가 더 중요하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금리인상 논의가 나올 내년 하반기 이전까지는 엔화 대비 원화의 약세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IT와 자동차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상대적 경쟁력도 계속 우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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