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실장은 노무현의 사람이다. 이른바 '노빠'다.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사실상 '노무현 킹메이커'였던 이다. 2000년 9월 서울 인사동에서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바람'을 불어넣은 이도 이 전 실장이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은 그런 그를 "잃어버린 10년을 함께 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라고 소개했다.
참여정부평가포럼 대표까지 지낸 노 전 대통령의 사람이 새삼 참여정부 실패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선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 이 전 실장은 "그 고민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했다.
한국 정치사는 '5·16'부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까지를 포함한 박정희 시대 30년과 그 시기에 맞물리는 김대중 시대 30년으로 이어져 왔다는 게 이 전 실장의 생각이다. 이 전 실장은 "박정희 시대가 '경제 발전'이란 과업을 이루며 하드웨어 혁명을 이뤘다면 김대중 시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절반의 변화를 이룬 시기"라고 말했다. 두 시대가 때론 투쟁하고 경쟁하는 한 축으로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쳐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무현 시대는 뭘까. 이 전 실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선거 전략가나 세력이 누구였는지를 통해 정치사에 존재한 역학 관계를 분석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작업으로 노 전 대통령을 조망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은 노무현 시대가 시민주권, 소비자 주권의 시대라고 결론내렸다. 이 전 실장은 "그 때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대중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 환경을 다시 한 번 바꾼 소프트웨어 혁명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시대, 김대중 시대, 노무현 시대를 거쳤기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발전하고 정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내린 결론이 구체화되는 것일까. 이 전 실장은 최근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친노 인사 1642명과 함께다. 신당의 핵심은 다시 '참여'다.
전화를 끊을 쯤 참여정부가 실패한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 전 실장은 "그렇다고 말해야 정치적으로 편한 세상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곤 "그런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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