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류뭉치 끼고 귀가한 조석래 회장

최석환 기자 | 2009.09.25 16:31

"말 못한다" 인수배경 묵묵부답… '꼼꼼함' 나타내듯 서류뭉치 두툼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24일 저녁 7시45분께 서울 성북동 자택 앞에서 서류뭉치를 잔뜩 든 채 차에서 내렸다. 비서 없이 직접 서류 뭉치를 옆구리에 낀 채 귀가하는 모습이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조 회장 모습 그대로였다.

조 회장은 인수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말 못해...뭘 여기까지 왔어"하면서 차 안에 있던 서류뭉치를 잔뜩 챙겨든 조 회장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앞으로 인수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한 측근은 "조찬행사 등 하루 종일 일이 많아 피곤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룹 관계자도 "인수의향서만 제출한 상태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효성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하이닉스를 단독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선 직후부터 재계의 관심은 온통 조 회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그룹 내 인수합병(M&A) 업무의 경우 전략본부 내 경영혁신팀이 주도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업무보고를 받을 때는 본인이 이해하고 설득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에 질문을 이어간다.

전경련 업무보고 때는 아침에 시작한 보고가 점심시간을 지나 '도시락'을 시켜가며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보고를 진행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또 연설문 한마디 한마디도 자신이 직접 수정하고 고치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런 조회장의 성격을 아는 전경련 관계자들은 조 회장에게 보고하러 갈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해가지만 뜻하지 않은 질문들에 당황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 의향서 제출에도 이 같은 조 회장의 성격에 따라 철저히 준비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올 초 추미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위원장과 함께 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 것도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하이닉스를 방문했던 조 회장이 현장에서 하이닉스의 미래를 봤지 않겠냐"며 "그룹 내 인수팀도 하이닉스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 측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인수 의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이닉스 인수를 맡고 있는 경영혁신팀은 현재 실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금조달 방법이나 인수가격 등이 담길 입찰제안서 준비와 컨소시엄 구성 등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의 경우 효성이 자체 자금으로 최대 1조5000억원을 끌어 모으고. 재무적 투자자(FI)와 은행 차입금, 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5000억원 가량을 확보하는 것을 최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의 개인재산이나 해외자금 등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효성은 10월 중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가격 등을 주주협의회 측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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