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vs 황영기 '4년반 악연' 마침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09.26 15:26
↑ 황영기 회장
예금보험공사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우리금융회장(현 KB금융 회장)과 질긴 악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보는 지난 25일 예보위원회를 열고 황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우리금융을 통해 황 회장에 대한 민사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소송문제는 남았으나, 황 회장과 관련해 예보가 처리해야할 문제는 대부분 정리된 셈이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는 2004년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수년 동안 편치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주로 예보가 황 회장을 견제했으나, 그 때문에 난감한 처지에 처한 경우도 적잖았다.

◇예보-황 회장, 스톡옵션으로 악연시작

예보와 황 회장의 악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와 생명, 투신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에 취임한 황 회장은 "증권사와 고객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무리한 약정경쟁'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영업점 인사평가에 주식거래에 따른 약정실적 평가를 축소하고 자산관리 유치를 새로운 지표로 제시했었다. 증권사의 주 수입원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포기하고 펀드 등 투자자산 유치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정표로 제시한 건 파격적이었다. 이는 현재 금융시장의 주류가 됐다.

능력을 인정받은 황 회장은 2004년 우리금융 회장을 겸하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와 황 회장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예보는 분리됐던 회장과 행장을 황 회장이 겸임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황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과 은행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금융은 2005년 3월 이사회에서 황 회장(25만주) 등 총 163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으나 예보가 이를 반대하고 황 회장이 강수로 대응하면서 골이 깊어졌다. 그 때는 성과보상 차원에서 금융권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스톡옵션 붐이 일던 시기였다.

황 회장이 스톡옵션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은 12억원 가량. 우리금융이 전년에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고, 다른 금융권 최고경영자들보다 약간 높은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게 황 회장의 입장이었다. 반면 예보는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으로 스톡옵션이 과도하다"고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갈등이 생겼다는 게 컸다. 예보는 사전에 의견을 전달했으나 우리금융이 이를 묵살했다며 불쾌해했고 우리금융은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대응했다.

급기야 황 회장이 스톡옵션을 전량 포기하자 예보에 화살이 돌아갔다. 의욕 있는 경영진의 사기가 꺾였고 이로 인한 무형의 손실이 더욱 크다는 여론이 적잖았다. 예보는 스톡옵션 규모를 다소 축소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성과급 지급, 비정규직 전환…계속된 충돌

한번 생긴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이 문제가 됐다.

황 회장이 2006년 3월 말 우리은행 임직원들에게 초과성과급 474억 원을 지급한지 1주일 만인 4월 초 특별 격려금 395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금융권에선 이를 놓고 "증권업계 출신답게 쓸 돈은 쓰고, 그 이상을 번다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예보는 그러나 사전협의가 없었고 경영정상화 이행계획(MOU)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경고'조치를 내렸다. 황 회장 취임 후 성과급이 반복해 문제가 되자 비교적 강하게 대응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은행 안팎에서 예보 MOU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예보가 곤혹스러워 졌다. 우리은행은 경쟁은행에 비해 급여가 낮아서 직원들의 사기문제가 거론됐다.

예보가 공적자금을 빨리 회수하려면 MOU의 성과급 지급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우리금융 주가가 2만 원 이상으로 공적자금 투입단가(1만6000원대)를 훌쩍 넘는 등 실적개선을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예보에 압박이 됐다.

황 회장 임기말년에 있었던 정규직 전환도 갈등의 큰 축을 차지했다. 황 회장은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가 관심을 끌던 2007년 3월 노사합의를 통해 텔러 등 3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황 회장은 박수를 받았으나 이를 반대했던 예보는 처지가 애매해졌다. 인건비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예보 입장이었다.

◇황 회장 퇴임 후에도 불편했던 예보

그러나 황 회장이 받던 스폿 라이트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우리금융 회장 연임이 유력해 보였던 그는 최종후보 3인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 때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의 반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2007년 3월 황 회장이 우리금융에서 퇴임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됐다. 2008년 초 후임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에 황 회장의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한 것. 금융당국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예보 입장에선 무척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갑을 관계가 또 다시 뒤바뀐 셈이었다.

황 회장이 KB금융 초대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담은 줄었으나, 예보는 이 때 부터 황 회장이 우리은행 시절 투자했던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손실처리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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