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소주 열풍요? 개미는 뒷짐중!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09.10.01 09:24

[머니위크 커버]뜨거운 증시, 베팅할까/ 현장 Hot & Cool

9월23일 오후 5시 동양종금증권 돈암지점. 원상필 투자전략가와 김현중 애널리스트가 투자설명회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20~30명가량. 준비된 의자는 대부분 채워졌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고객 대부분은 40~50대 중년으로, 여성 고객도 여럿 끼어 있었다.

이날 강의는 증시 전반에 대한 전망과 반도체산업 전망. 최근 외국인이 사고 있는 이유와 어느 시점에서 주식을 파는 것이 좋으냐가 주요 내용이었다. 강의의 요점은 외국인이 사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되,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매도하게 되면 조정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9월24일 오후 4시 대신증권 상암DMC지점을 찾았다.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의 투자설명회가 있었다. 상암DMC지점은 이곳 상가가 아직 입점이 덜 돼 있는 신생 상가다보니 고객이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10명이 채 안 되는 소수의 인원으로 한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는 삼성전자가 100만원 갈 수 있는지, 증시가 2000은 갈 수 있는지, 간다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가 주요 내용이었다. 구희진 센터장은 주가가 곧바로 2000까지 간다거나, 삼성전자가 당장 100만원까지 가기보다는 한템포 쉴 것이라고 강연했다. 만약 간다면 내년 초중반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투자설명회에 참가한 고객들은 대부분 50대 중년 남자들이었다. 역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강의가 진행됐다.

◆한적한 지점, 뒷짐진 개미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을 넘어서고,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최고가인 80만원을 넘어서는 등 증시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일반 지점을 찾아가보니 특별히 과열됐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진지한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흥분되거나 상기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어 투자설명회에 나오긴 했지만, 증시가 얼마나 더 가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증시가 과열되고 꼭지 부근에 도달하게 되면 나타난다고 하는 몇가지 징후들이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증권사를 찾는다던지, 객장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든지 등이 그것이다. 술안주거리로 주식투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과열의 징표로 삼는다. 일간지 신문 1면 톱이 증시에 관한 것이면 어김없이 꼭지였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징후들의 공통점은 소수의 주식투자자가 아닌 다수의 초보 투자자까지 증시에 뛰어들게 되면 막차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본다면 지금 증시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외인이 이끄는 장세, 개미는 시큰둥

민주영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에 투자교육 강의를 하러 다니면 지금이라도 펀드에 투자해도 될까요? 언제쯤 들어가도 될까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기는 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가면서 과거에 마이너스난 펀드도 손실을 대부분 회복했고, 펀드에 대해 손해 봤던 나쁜 기억이나 반감은 어느 정도 희석됐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관망에 가깝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었다. 주식과 펀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이제 바닥을 찍은 정도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민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투자설명회 현장을 찾아봐도 그렇고, 투자설명회를 다니는 강사들에게 물어도 특별히 지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대신증권 상암DMC지점에서 만난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에 내려가 투자설명회 강의를 하면 보통 40~50명 정도가 찾아온다"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과열된 분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펀드열풍이 과하게 불었던 2007년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은행권이나 증권가를 찾아보면 '묻지마식 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고, '펀드부인'이란 말도 유행이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면 펀드에 관한 이야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당시는 전형적으로 말하는 과열 양상의 모습을 띄었다.

◆"아직 증시 과열은 아니다"

최근 증시가 바닥에서 90%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적지근하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직후처럼 썰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다.


증시가 900에서 1700까지 거의 수직상승했는데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처럼 과하지 않는 데는 일단 지금 잘 나가는 종목들이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군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주나 저가 주식들은 오히려 소외받고 있다.

여기에 아직까지 리먼 브러더스 때 폭락했던 경험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다소 불안감이 남아있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영 연구위원은 "투자설명회를 하러 가면 사람들이 이러다가 주식이 다시 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다"고 전했다.

증시가 호황인데도 흔히 말하는 '개소주 열풍'(개나 소나 주식투자를 한다는 뜻으로 과열징후를 말함)은 불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이는 아직 증시가 본격적으로 과열되었다든지 꼭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징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개미들이 달아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모습들은 각종 지표상으로도 나타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23일 국내 주식형 펀드(ETF제외)는 2477억원 빠져나가며 9일 연속 자금유출세가 이어졌다. 9월 들어 23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2조2922억원으로, 사상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9월 들어 증시는 1600에서 1700까지 훌쩍 뛰는 강한 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 환매에 계속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펀드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은 9월 들어 24일까지 무려 4조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같은 기간 거래소 주식을 87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만 5조29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런 양극화는 수익률 격차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이후 9월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4.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1.1%)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평균 수익률이 36.3%, 기관은 30.5%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사들인 탓이었다. 이 기간 동안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외국인과 기관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주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은 특별히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개인이 집중적으로 샀던 20개 종목 가운데 11개 종목은 되레 하락했다.

◆개미들 "이제 와서 갈아탈 수도 없고" 한숨

개인 투자자들은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이 선호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고가주를 사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80만원을 호가하는 삼성전자는 10주만 사도 800만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지금까지 뒷짐 진 상태에서 이제와 삼성전자를 사러 뛰어드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목표주가가 100만원도 나오고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알겠지만 그래봐야 지금 주가에서 20%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기대치는 대부분 이보다 높기 때문에 20%를 더 먹자고 무리하게 뛰어들겠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과거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형 우량주를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했던 펀드도 아직까지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 당했던 공포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 상반기에 열을 올렸던 녹색 성장주와 같은 테마주도 인기가 다소 시들어져 개인 투자자들은 날이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가고, 코스피지수가 2000을 간다고 해도 그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우량주 주도로 증시가 상승하게 되면 양극화는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대형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 정도만 환희에 동참할 수 있을 듯하다.

이모저모로 개미들은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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