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글로벌본드, 2% 부족했던 프라이싱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9.24 11:51

프라이싱 전후, 벤치마크債 가격 이상 급락

이 기사는 09월24일(11:3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농협이 5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금리 가이던스(제시금리)를 두 번씩이나 낮추며 조달 금리를 절감했다. 최종 발행 가산금리는 미드스왑(MS) 대비 230bp로 올해 발행된 국내 은행계중 최저를 기록했다. 미 국채수익률(T) 대비 268bp.

업계에서는 '무난했던 딜(Deal)'로 평가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발행 전략과 프라이싱(Pricing:가격결정)에서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두 번 낮춘 가이던스..'144a' 효과

2년 여만에 글로벌 채권시장에 등장한 농협. 지난주 후반 시작된 로드쇼는 아시아를 거쳐 이번주 미국으로 옮겨오면서 가격 협상이 본격화됐다.

금리 수준과 만기에 대한 가이던스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투자자들과의 조율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제시된 최초 가이던스가 미드스왑 대비 250bp였다. 투자자들이 더 모이자 농협은 가이던스 하단을 240bp로 한번 낮췄고 발행 하루 전 또 한 번의 가이던스 인하를 단행했다. 최종 발행 가산금리는 미드스왑 대비 230bp.

금리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은 몰려든 자금이 많았다는 것. 특히 미국 투자자들의 적극성이 한 몫 했다. 전체 투자자금의 34%가 미국 지역에서 모였다. 아시아가 49%, 유럽이 17%.

발행 준비과정에서부터 미국 투자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발행된 한국물 대부분이 발행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Reg S였다면 농협은 미국 투자자들을 겨냥해 144a까지 동시 채택했다. 글로벌본드인 셈.

농협 한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발행을 준비했다"며 "이는 발행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금리 인하에 역점을 두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미국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의 원동력이 돼줬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벤치마크


두 번이나 가이던스를 낮춘 것은 최초 가이던스가 너무 높게 제시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44a를 가미하면서 투자자들 수요가 많을 것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프라이싱을 하지 못했다는 것.

특히 벤치마크 채권을 기업은행 채권으로 한정하면서 발생한 높은 프라이싱이 지목됐다. 정부 외평채와 산업은행채, 기업은행채간 스프레드가 최근 10bp 내외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갑자기 기업은행채만 호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의 프라이싱을 전후로 산업은행채의 미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200bp 수준이었고 10bp 이내로 스프레드가 붙어있던 기업은행채는 240bp대로 치솟았다. 큰 크레딧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가 30bp정도 급등한 것.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농협이 기업은행 채권을 벤치마크로 발행한다고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업은행채권의 호가가 갑자기 치솟는 왜곡 현상이 생겼다"며 "이때 농협은 벤치마크 채권을 산업은행채로 재빨리 바꿀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물 전체가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공사보다 더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프라이싱에 높은 점수를 못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발행 여부를 타진하는 기회인 넌딜 로드쇼를 가지지 않은 채 실제 발행을 해야 하는(발행 번복이 어려운) 딜 로드쇼였다는 점이 공격적 프라이싱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혔다.

다른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한국계 발행자들은 가이던스를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낮춰 제시하는데 두 번이나 낮췄다는 것은 그만큼 처음 제시금리가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T+200 수준이었던 산업은행채에 크레딧 스프레드 20bp 정도를 얹고 뉴 이슈 프리미엄을 최대 10bp를 주면 230bp대 정도까지도 가능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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