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파괴 주범? TV자막 못보겠네

머니투데이 최보란 인턴기자 | 2009.09.26 08:11

[금주의이슈]틀린 한글을 쓰는 TV자막이 비난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빼 놓을 수 없는 표현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갈수록 본연의 해설적 기능을 잃고 언어 파괴의 주범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막을 통해 남발되는 조어, 비문법 문장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는 지난 6월 방송에서 “이 사람한테 뭍어 가는 느낌”이라는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함께 팔리거나 섞이다’라는 의미의 ‘묻다’를 ‘뭍다’로 잘 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 내내 같은 표현이 4~5번 가량 등장해 “실수가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홀홀단신”, “한숨 쉬지 말아’” 등의 자막도 많은 지적을 받은 표현들이다. 이는 각각 “혈혈단신”, “한숨 쉬지 마라”로 적는 것이 옳다. ‘그만두다’는 뜻의 ‘말다’는 명령형 어미와 연결될 때 ‘말아/말아라’가 아니라 ‘마/마라’로 쓰인다.

‘우리말 전도사’를 표방하는 KBS 2TV ‘상상더하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해당 방송은 자막에서 “오랜만에”를 “오랫만에”로 “허구한 날”을 “허구헌 날”로 표기하는 등 일상에서 흔히 잘 못쓰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밖에도 “겉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은 “걷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로 “저 친군 좀 있다 되겠다”는 “저 친군 좀 이따 되겠다”, “누가 드실런지”는 “누가 드실는지”로 각각 바꿔 써야 한다.

속어와 지나친 외국어 남발도 문제가 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 7월 방송에서 "뉴칼레도니아 센시티브 모이스처라이징 딥클린 수딩 페이셜 포밍 클린징 이태리 타월"이라는 말을 자막으로 내보냈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잠든 멤버들을 “딥슬립 중”이라고 묘사했으며, KBS 2TV '1박2일'은 “우쥬플리즈 닥쳐줄래?”라는 대사를 그대로 자막에 표기하는 등 영어와 한국어가 혼용된 표현이 자막에서 흔하게 등장한다.


또 ‘무한도전’의 “참 병맛(이상한) 진행", “아 씨 퐈이야”, “넌 배신깔 놈이야” 등의 은어적 표현 및 인신공격성 발언, ‘패밀리가 떴다’에서 등장한 '꼬~옥', '아부 작렬', '오늘 식재료 대박인듯', ‘허걱', '빠직' 등의 인터넷 채팅용어 등도 방송 자막에서 볼 수 있는 언어파괴의 대표적 예다.

예능에서 자막은 주로 다양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설하는 역할을 한다. 연출자와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한 재치 있는 문구로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너무 심화돼 은어나 채팅용어, 외국어 혼용, 맞춤법에 어긋난 문장이 자막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자막은 부지불식간에 속어 사용을 확산해 바른 언어 사용을 가로 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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