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효성 '거짓말'에 분노·당혹

임상연 기자, 전병윤 기자, 김태은 기자 | 2009.09.23 10:37

지난주 기업설명회선 "하이닉스 인수 안한다"

효성하이닉스 단독 인수참여로 투신권이 발칵 뒤집혔다.

"하이닉스 인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효성의 말만 믿고 주식을 보유해오던 자산운용사들은 효성의 '모순지설'(矛盾之說)에 분노하는 한편 펀드 수익률 관리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효성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를 진행하면서 당시 시장에 나돌았던 하이닉스 인수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NDR에서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에 참여 안한다고 밝혔었다"며 "그 말을 믿고 주식을 계속 보유해왔는데 뒷통수를 맞았다"고 당혹해 했다.

또 다른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도 "하이닉스 인수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효성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이는 상장기업과 주주, 투자자간 심각한 신뢰상실의 문제이며 일종의 사기로 향후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재무적투자자 모집 등 그룹의 투자유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 단독 인수참여가 발표된 이후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효성 IR담당자는 "우리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효성의 하이닉스 단독 인수참여가 주가는 물론 그룹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효성의 재무상황이나 사업구조 등을 고려하면 하이닉스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효성 스스로 부담이라는 것을 잘 알텐데도 하이닉스 인수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은 비즈니스 외적인 부분이 감안된 것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판단하는 만큼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성엽 본부장은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자 하는 듯 보이나 최종적으로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정말 효성이 끝까지 인수를 밀어부치게 되면 주가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효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은 펀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닉스 단독 인수참여가 효성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효성의 주가는 장시작과 함께 하한가로 급락했다.

지난 17일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효성의 지분 10.2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7.62%(4월13일 기준), 삼성투신운용 4.1%(4월말) KB자산운용 2% 등을 보유하고 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경영자가 어떤 판단을 했든지 주가엔 지속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주식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은 주가 하락에 대한 위험을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매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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