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왜 흥행실패했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9.22 18:22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입찰이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효성이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매각가 4조원이 넘는 대형 매물인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으로서는 다소 맥빠진 상황이다. 지난 9일 49개 업체에 매각 안내문을 발송할 때 만해도 4~5개 업체가 인수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최종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는 싸늘했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 리스크 탓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로 추격을 당하기 때문에 라인을 짓는데 이익금을 모두 재투자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를 인수 후 흑자를 내더라도 이익금을 고스란히 재투자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비투자 비용으로만 통상 연간 2조~3조원이 들어가는 탓에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매각가도 부담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하이닉스 가격을 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주당 6700원이었던 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2만2050원을 기록했다. 수개월 만에 3배 이상 뛴 셈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하지 않은 효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국 효성이 자금 조달 계획을 어떻게 세웠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흥행' 실패의 또 다른 요인으론 하이닉스 매각 지분율은 28%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통상은 33%이상이어야 안정적인 경영권이 확보되는 탓이다. 결국 인수 후에도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하이닉스 외에도 매력적인 매물이 쏟아진 것도 흥행실패 요인이다. 현재 시장에는 대우건설, 대우인터, 금호생명, 현대상사 등 매각가 1조원을 웃도는 매물이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하이닉스 주주단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조건에 M&A를 하려고 매물을 고르면서 심사숙고하는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닉스가 2004년 워크아웃 졸업한 후 4년여동안 임자를 찾지 못했던 탓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도 없잖다. 물론 최종적으로 가격이 맞아야 매각이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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