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무엇보다 반도체 산업 리스크 탓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로 추격을 당하기 때문에 라인을 짓는데 이익금을 모두 재투자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를 인수 후 흑자를 내더라도 이익금을 고스란히 재투자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비투자 비용으로만 통상 연간 2조~3조원이 들어가는 탓에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매각가도 부담이다.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하이닉스 가격을 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주당 6700원이었던 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2만2050원을 기록했다. 수개월 만에 3배 이상 뛴 셈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하지 않은 효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국 효성이 자금 조달 계획을 어떻게 세웠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흥행' 실패의 또 다른 요인으론 하이닉스 매각 지분율은 28%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통상은 33%이상이어야 안정적인 경영권이 확보되는 탓이다. 결국 인수 후에도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하이닉스 외에도 매력적인 매물이 쏟아진 것도 흥행실패 요인이다. 현재 시장에는 대우건설, 대우인터, 금호생명, 현대상사 등 매각가 1조원을 웃도는 매물이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하이닉스 주주단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조건에 M&A를 하려고 매물을 고르면서 심사숙고하는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닉스가 2004년 워크아웃 졸업한 후 4년여동안 임자를 찾지 못했던 탓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도 없잖다. 물론 최종적으로 가격이 맞아야 매각이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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