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는 왜 퇴직연금 안하죠?" 머쓱한 증권사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9.22 17:12

증권사 14%만 전환… 모기업 눈치 등 영업 약화 원인

"그런데 정작 귀사는 왜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았죠?"
"……."

A기업 경영지원부 담당자를 찾아가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하던 증권사 직원은 순간 머쓱해졌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노사 간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하지만 궁색한 상황을 피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사업자도 가입 안 하는 퇴직연금?
22일 머니투데이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종합증권사 49곳 가운데 퇴직연금을 도입한 곳은 대신, 미래에셋, 삼성, 신한금융투자, 이트레이드, 한국, 하나대투, KTB투자증권 등 총 8군데로 전체의 1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사업자임에도 정작 자신들의 연금 가입은 소극적인 셈이다. 물론 같은 사업자인 은행과 보험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퇴직연금 시장에서 열세에 놓인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기존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게 되면 직원 입장에선 종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야 하는데 따른 일종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증권업의 경우 평균 근속 연수가 짧은 특성도 장기 투자해야 하는 퇴직연금의 도입을 가로막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증권사는 은행이나 대기업의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모(母) 기업이 퇴직연금 가입을 부정적으로 볼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 증권사는 근속 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조금씩 더 쌓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퇴직연금 전환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측과 이런 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곳도 있어 2년여 넘게 신경전을 지속하기도 한다.

◆증권사 퇴직연금 공력하려면 자신부터
증권사는 퇴직연금의 상품 설계 능력과 한 발 빠른 행보를 무기로 은행과 보험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실적은 1조919억원으로 전체의 12.6%를 차지, 은행(51.6%), 생명보험(29.9%)에 비해 아직 한참 뒤쳐진다.

증권사는 은행의 기업 장악력, 종전 퇴직보험을 통한 선두권인 보험사의 영업력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스로 퇴직연금 가입을 머뭇거리고 있어 영업력 강화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직연금 영업을 하다보면 "당신들도 가입 안 하면서"라는 질문에 '말발'이 서질 않는다. 은행, 보험에 비해 퇴직연금시장의 후발주자인 증권사의 입지가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팀장은 "사업자가 퇴직연금 가입을 했는지 여부가 실적을 판가름하진 않지만 먼저 퇴직연금으로 전환한 곳은 적어도 해당 기업이 사업자로 결정하는 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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