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엔 '물로 가는 차' 타고 출근"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09.09.22 12:23

10년 후를 준비하는 사람들 ①

편집자주 | "10년후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결과이다"(정주영 회장) "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만 내다보고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이병철 회장)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이건희 회장) 한국인에게 10년 세월은 뭔가를 평가받는 시간의 단위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준비를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10년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며 새로운 10년을 시작합니다.

①수소연료전지차 개발팀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수소충전기로부터 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한다. 아파트와 같은 인구밀집 지역엔 어디든지 폭발 위험이 없는 안전수소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기 때문에 지하주자창의 충전소에서도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만나서 생기는 소량의 물(H2O)만 차 밖으로 나올 뿐이다.

경기 용인 구성읍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임태원 연구개발총괄본부 연료전지개발실장(이사)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10년 후 출근길이다.

임 실장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발생한 전기를 활용해 차가 움직이는 수소연료전지차(FCEV · Fuel Cell Electric Vehicle)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 석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가 각각의 특성에 맞게 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는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궁극적인 그린카입니다"

하이브리드카의 주행 성능은 안정적이지만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하고 전기차는 무공해차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한 번 충전에 150Km 안팎의 주행만 가능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한 번 충전으로 7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릴 수 있어 현재 사용중인 석유엔진 자동차와 거의 같은 성능을 갖췄고 배출가스도 없다는 설명이다.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부터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만들어 수소연료전지차를 움직이게 하는 구동장치인 '스택' 개발에 나선 연구원들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10년전 막막했던 첫 시험날을 떠올린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만도 자랑스럽다.

"베르나 급 소형차에 운전석을 뺀 조수석과 뒷자리에 엄청난 부피의 '스택'을 탑재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싣고 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거짓말처럼 차가 서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원들 모두 시험장에서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죠."


첫 장벽을 넘은 뒤에도 여러 차례 고비는 있었다. 그러나 1999년 2KW '스택'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100KW급 '스택' 개발에 성공했다. 100KW급은 석유엔진으로 환산하면 100~12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기아차의 경차 '모닝'이 80마력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주행성능은 갖췄다는 평가다.

문제는 수소연료전지차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 확보와 아직 비싼 자동차 가격, 10년 이상 주행이 가능한 내구성 확보다.

국내에 10여 개 있는 수소충전소의 건설 비용은 한 곳당 50억~100억원 정도다. 수소연료전지차 가격 역시 1억원 안팎으로 비싸다. 핵심부품인 '스텍'의 내구성도 5~6년 수준으로 상용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1987년 독자모젤 엔진개발에 착수해 5년6개월의 노력 끝에 순수 독자기술로 1.5리터급 가솔린 '알파엔진'을 만든 곳이 바로 이 곳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당시 마북연구소)이다.

당시 연구원으로 직접 '알파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유기호 연료전지개발2팀장 (이사)은 "최초의 국산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선배 연구원들의 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연구소에서 이제 후배들이 '그린카'라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며 가슴을 폈다. 그는 "최근 세계 각국이 하이브리드차에 세제 지원을 하는 것처럼 수소연료전지차도 충전소 건립과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예상보다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연구원들은 성능시험실의 시스템을 24시간 풀가동하며 실시간으로 '스택'의 내구성을 점검하는 한편 국내(18대)와 미국(16대)에서도 장거리 혹서기ㆍ혹한기 주행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목표는 우선 오는 2012년 소량 생산을 시작해 2015년 1만대, 2018년 3만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 초기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3만대 이상이 양산되면 가격도 합리적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10년 후인 2019년부터는 대중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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