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세계경제 새질서와 변혁 부른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9.21 08:57

[패러다임시프트]#1 구질서와 신질서의 충돌, 거대한 변화를 이끌다(上)

편집자주 |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질서에 일대 변혁을 이끌고 있다. 그 것이 강요되었든 시대적 흐름이든 실패한 구질서에 대한 반성은 새로운 질서의 태동을 요구한다. 위기이후 사회 전반에서 걸쳐 진행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금 전세계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의 한가운데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휘청이며 다원주의가 힘을 얻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일례로 전세계 질서를 결정하던 권력이 미국 주도의 선진 7개국(G7) 회의에서 아시아·이머징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회의로 대체되고 있는 점은 다원주의로의 급격한 힘의 이동을 상징한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자본주의의 본영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1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극대화한 사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야기했지만 마치 '나비효과'와 같이 혁명적으로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이는 '구질서'가 '신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질서'는 기술적 진보, 사고의 진보, 생활상의 진보 등 혁신이다. 그리고 '구질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기존 경제 체제,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 및 정부 정책, 파생금융상품 투기를 야기한 탐욕 등이다.

'신질서'와 '구질서'의 충돌은 '신질서'가 자리잡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다.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이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1962년)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철학 등이 결합된 총체적 개념의 집합체다. 단적인 예로 미국 중심 자본주의 및 세계질서도 세계를 관통해온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은 결코 정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면 한 시대를 풍미하던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체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다.

최근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패러다임 시프트'로 부를 수 있는 것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파가 '자본주의'를 새로운 단계로 전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칼 마르크스가 '사회구성이론'(Social Formation Theory)에서 제시한 것처럼 '토대'(경제)가 '상부구조'(문화, 의식, 사상, 정치 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토대인 경제도 상부구조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향해 수렴해 가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는 거시적 변화와 미시적 변화로 구분할 수 있다. 거시적 요인들은 △ 미국 일변도의 역학 구도의 변화(아시아 시대 개막) △ 자율에서 금융규제 강화(정부역할 강화) △ 정치적 인식 변화 △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케인지언의 부활 △ 글로벌 임밸런스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미시적 요인의 변화는 △ 과소비 대신 저축 장려 △ 합리적 소비세대의 등장 △ 환경친화적 기술의 각광 △ 혁신 수용성의 진보 △ 수출 보다 내수시장 중요성 부각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미국 일변도의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다원적 자본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는 증거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G20라는 새로운 질서 부각 이외에도 자본주의가 발원지인 서구 사회를 떠나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선진국에 비해 견조한 모습을 보인 점은 '아시아 시대' 개막을 뒷받침하는 힘이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 구도 형성을 노리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서구 중시에서 벗어나 아시아 유대 강화를 선언한 점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단적인 예다.

그리고 아시아 시대 부각은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온 달러 기축통화 체제 도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확대와 한·중·일 및 아세안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자유무역지대(FTA) 물결 등 경제 블록화도 새로 조명되는 현상이다. 블록 내에서는 자유도를 높이지만 블록 간에는 보호주의가 더욱 첨예해지는 새로운 역학 구도 형성도 예고된다.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서 보듯이 '방관자'에 머물던 정부 역할의 극적인 변화도 나타난다.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에서도 금융규제 강화가 주요 이슈다.

소비자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도 감지된다. 연료효율적인 소형차가 인기를 끄는 형태의 합리적 소비가 자리 잡은 잡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도 늘어났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도 위기 이전과 대비된다. 또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앙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수출에 타격을 가해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재부각시키는 요인으로도 나타났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더불어 20세기 초반 위대한 경제학자로 일컬어지는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 체제를 정태적인 것이 아닌 발전하는 역사적 현상으로 인식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역시 사회 발전의 최종 단계가 아니라 변화될 수 있는 과도적 체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슘페터의 말처럼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의 틀을 변화시킬 '혁신'이라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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