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訴 100% 승소 확신

더벨 문병선 기자 | 2009.09.18 10:39

[금융법무 엘리트]김범수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이 기사는 09월17일(14:1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년 반을 끌어온 현대오일뱅크 1·2대 주주간 국제분쟁에 대한 최종 판결이 빠르면 9월말 나온다. 판결 이후 1대주주인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는 현대오일뱅크 매각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이 분주한 가운데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은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ICC)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딜 구조와 매각 규모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중재 소송은 M&A시장 뿐 아니라 법조계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개척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국제중재 분야이고, 이 분야 선두권 로펌 두곳(세종, 태평양)이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한쪽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자존심이 걸려 있는 빅매치로 평가된다.

두 로펌에서는 스타급 변호사들이 투입됐다. 피고(IPIC의 자회사인 하노칼홀딩 및 IPIC인터내셔널)측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파트너 변호사(47)가 맡고 있다.



그는 승소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물음에 "100% 확신한다"고 했다. 주주간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현대중공업에 현대오일뱅크 우선 매수 기회를 줬지만 현대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증거는 충분히 전달됐다.

현대오일뱅크 사건과 무관하게 그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변호사 중 한명이다. 법률자문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국경간(크로스보더) M&A와 법조계의 신시장으로 기대되는 국제중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현대오일뱅크 관련 IPIC측의 법률 대리를 맡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건 김두식 세종 대표 변호사가 1999년 딜(IPIC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투자)을 성사시킨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범수 변호사는 2000년대 초부터 IPIC의 추가 지분 투자와 2007년 현대오일뱅크 매각 작업을 맡아 처리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9년간 역임한 판사직을 마치고 1997년부터 겪게 된 4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 2007년부터 2년간 역임한 대한변협 국제담당 이사 생활 등이 국제분야 감각을 키우게 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EU의 통상분쟁으로 일약 스타 변호사 대열에 올랐다. EU는 1999년 이전 진행된 우리나라 조선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금지된 보조금을 지급해 EU 조선업체가 피해를 봤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제소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당시 정부를 대리해 자문을 했고 분쟁전 조정 기간까지 약 5년간의 긴 법리 공방 끝에 2005년 3월 100% 승소하는 쾌거를 올렸다. WTO에서 우리나라 정부를 대리해 자문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만일 패소했다면 약 6조원에 상당하는 이익을 국내 조선 업체와 정부가 토해내야 할 판이었다.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 세종이 국제중재 법률자문 분야의 한 축으로 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는 김앤장과 태평양의 아성이 두터웠다.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끼리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도 다른나라 변호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를 위해 국민으로서 변론해 볼 수 있는게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국제중재 분야는 무수히 많은 크로스보더 딜의 기회를 준다. 그래서 로펌에게는 블루오션이다. 당장 IPIC와 인연이 맺어지면서 관련 딜의 국내 법률자문은 세종이 도맡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인수도 김 변호사의 작품. 지금도 크로스보더 딜 수개를 진행하고 있고 1조원이 넘는 국제분쟁 소송도 따로 맡아 처리하고 있다. 모두 국제통상 관련 분야다.

하지만 아직 인력이 부족하고 인식도 얕은 편이다. 일본이나 중국 업체들이 자국 기업의 소송에 자국 로펌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외국로펌을 선호한다. 법률시장의 역사적 차이가 컸다. 최근에는 바뀌고 있다.

"언어 능력을 빼면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떨어질 게 없다. 사고방식과 딜 처리 능력은 이미 세계적이다. 언어 능력도 좋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관련된 분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기업을 도와줄 사람은 국내 변호사다. 외국 로펌을 고용하더라도 국내 로펌을 컨트롤 타워로 활용해야 한다."

김 변호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론이다. 현대오일뱅크 국제분쟁 이후의 국내외 M&A 시장에서 숨은 조율자로 활약할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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