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미만 카드거부 법, 나쁜 건가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09.18 10:27

[이로운 法]⑦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 '신용카드 다이어트법'

편집자주 | 18대 국회는 '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로 불린다. 잇따라 소모적인 '입법전쟁'을 벌이며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인기도에서 국회와 정당은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또 겉만 번지레하고 속은 비었다. 발의된 법률안 개정안의 건수는 17대 등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그러나 발의법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채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이로운 法 ' 시리즈를 마련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및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법안 중 △경제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 △시급히 도입할 법안 등을 추려 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비록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입법정신과 취지를 널리 알려 한국 국회와 정당에 '또다른 입법경쟁'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만원 미만 소액 신용카드 결제는 가맹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하자."

한나라당 정책통 김용태 의원(사진)이 미는 법안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냈다.

여론은 좋지 않다. 당장 인터넷에선 신용카드로 4000~5000원짜리 커피값을 결제하면서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는 '○○○○족'의 성토가 봇물을 이룬다. 출근할 때 버스요금부터 점심값, 간식비, 퇴근 뒤 쇼핑까지 현금 없이 신용카드 1장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들의 볼멘소리도 크다. 연말 소득공제를 위해 무조건 신용카드만 쓰는 알뜰주부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이런 저항에 부딪히면서도 법안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김 의원에게 들었다.

◇ "소비자 불편은 있을 수 있지만…" = 김 의원은 "이 제도는 '소액 결제 거부권'이라기 보다는 '소액 결제 선택권'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1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를 카드 가맹점이 어떤 형태로 받을지 미리 카드사와 협의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그것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라는 조항이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연말 소득공제 걱정은 던 셈이다.

김 의원이 이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2가지다. 우선 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의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업체는 모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세계에서 유일한 법이다. 이를 엄격히 적용하면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더 큰 이유는 중소·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낮추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수료 상한제'를 함께 도입했다. 현재 신용카드사는 중소가맹점에는 대형마트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가맹점별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주유소나 종합병원 등이 1.5%,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은 1.5~1.8%로 낮은 편이다. 반면 영세가맹점인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은 2.6~2.7%, 중소형 일반가맹점은 2.3~3.6% 정도다. 최대 1.8% 차이가 난다.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는 소비자가 긁은 카드값을 가맹점에 대신 결제해주는 대가다. 수수료율이 2.2%인 음식점에서 1만원을 결제하면 220원의 수수료가 떨어진다. 220원 중 100원은 부가가치망사업자(밴사)의 몫이다. 결제 1건당 밴사가 가져가는 비용이다.


나머지 금액이 자금조달, 대손, 부가서비스, 전표매입 등 고정비용에 쓰이고 나면 그래도 남는 돈이 카드사의 수입이 된다. 건당 결제금액이 커야 카드사에 돈이 되는 구조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체로 1만원 정도가 손익분기점"이라고 전한다. 결제금액이 그보다 적으면 적자다.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결제금액이 적은 영세가맹점에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게 이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은 매출이 크고 마케팅 비용을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다"고 말한다.

소상공인단체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불공평하다는 얘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요구는 더 절박해졌다. 지난 2006년 정부가 서민 지원 차원에서 국세청 신고 기준 연매출 4800만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에 한해 2.0~2.2%까지 강제 인하했지만 소상공인들은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연매출 1억원 미만 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가맹점이 1만원 미만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카드 가맹점에 선택권을 줘 가맹점이 카드사와 협상할 때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하자는 것이다. 수수료 상한선은 시행령으로 정하게 했다.

◇ 카드사 반발이 변수 = 카드업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최근 수수료를 3차례나 내려 더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강제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밝힌 대로 카드 혜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반면 중소가맹점에선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고 있다. 김경배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 7월 공청회에서 "카드사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고 관련자문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지난 임시 국회 파행으로 계류돼 이번 정기국회에 재상정됐다. 한나라당은 개정안을 '신용카드 다이어트법'으로 이름 짓고 서민살리기 5대 법안으로 분류,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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