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장관의 마지막 간담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9.09.17 15:16

이윤호 장관 21일 퇴임식…"실물경제 기본계획 수립 보람"

"감자탕은 새빨간 국물에 돼지뼈만 앙상하게 보여 처음에는 먹음직스럽지 않다. 그러나 먹을수록 살도 많고 몸에 좋은 우거지까지 있어 실속 있는 음식으로 인정받는다. 이윤호 장관도 그런 사람이다."

이윤호 장관 퇴임을 앞두고 지식경제부 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메신저에 이런 내용의 글이 돌았다. 한 사무관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이다.

"처음에는 전경련 부회장이라는 이력과 약간은 샌님 같은 외모 때문에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성이 없어보였지만 지내볼수록 최적임자였다는 평가다. 진국에 서민적이라는 점에서도 감자탕과 같다." 글은 감자탕과 이 장관을 비교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글을 읽어본 공무원들은 "적절한 비유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관 본인 역시 감자탕이라고 불려지는 것에 대해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 장관은 재임 중 직원들에게 "산하기관들과 술자리를 할 때는 감자탕에 소주 한잔으로 끝내라"는 말을 자주했다.

감자탕 장관 이윤호 장관이 17일 마지막으로 출입기자들과 과천의 한 보리밥 전문점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장관은 "우리 말 중에 '쏜살같다.' '시원 섭섭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참 가슴에 와 닿는다"라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수출감소율이 11%로 축소되고 무역수지는 3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시기에 안심하고 갈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참 보람있었다"고 했다. 가장 보람있는 일로는 '녹색성장정책과 에너지기본계획, 신성장동력 발전방안 등 실물경제와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놓은 것을 들었다. 다만 힘을 쏟았던 원자력 발전소 수출과 대형 유전 확보를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노후차 세제 지원 방안은 잘 만들어졌는데 실패한 것처럼 오도됐다"며 "결과적으로 아주 잘 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후임자 최경환 장관 후보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원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인사를 적재적소에 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퇴임후 계획을 묻자 세가지를 하겠다고 답했다. 첫째 마음을 비우는 것. 둘째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행동을 느리게 하는 것. 그러면서 장관으로 있으면서 못했던 지리산 종주와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을 다음달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정치권 입성설에 대해서는 "지금 내 생각에는 정치에 나갈 생각이 없는데 내 맘대로 안될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 장관은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기공식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퇴임식은 2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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