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2010년 경제전망을 보며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 2009.09.17 09:01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경제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2010년의 경제전망일 것이다. 숙련된 경제학자들이라고 비밀스러운 예측병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주어진 사실들과 과거의 경험들 그리고 누적된 경제이론을 잘 반추해서 추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한 때 대규모 계량모형을 이용해 예측하는 것이 유행하였고 아직도 예측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조 변화나 외생적 충격이 클 때에는 큰 도움이 못된다. 복잡계 과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 대규모 계량모형은 선형적 사고의 산물이다. 실제로 계량모형을 활용한 예측은 중학생들이 배우는 1차식, 또는 선형식들이 조금 많아 고등학생이 배우는 행렬을 이용해 푼 해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들 식을 구성하고 식들 간의 일관성을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경제학이 요구된다. 어찌되었건 과거의 값으로 선형식의 계수를 확정하고, 여기에 외부환경이 결정하는 변수에 대한 예측 값을 식에 대입하면 2010년도 미래 값이 튀어나온다. 중학생들의 표현대로 x값을 대입하면 y값이 구해진다.

문제는 이들 외부 변수 x에 대한 예측 값을 어디서 얻는가이다. 많은 경우 최근 이들 변수가 보였던 값을 선형적으로 연장해서 얻거나, 예측자의 주관적 판단을 활용한다. 구조 변화나 외생적 충격이 클수록 예측자의 판단이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2009년은 구조적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사람의 머리 속에 담긴 비선형적인 지혜가 예측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반면 선형적 사고에 기초했던 계량적 전망치들은 속수무책으로 빗나갔다.

내년 2010년 전망치는 선형적으로 과거치를 연장해서 얻어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또 한 차례 예측자의 지혜가 필요할까? 내년 역시 선형적 사고에 기초한 전망은 별 도움이 못될 것 같다. 2009년 경제성과의 대부분은 극적인 반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선형적 사고방식을 따른다면 극적인 반전세가 앞으로 지속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면 남는 것이 지혜인데 이는 예측자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내년 전망치들에는 기관별로 다소 과도한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지혜의 주요 원천인 과거의 경험에 근거한다면 2010년의 전망은 어떨까? 아쉽게도 참고할 만한 과거가 부족하다. 금번 위기는 대공황과도 달랐고, 정책면에서 본다면 일본의 경험과도 구별된다. 주택 및 금융부문에 집중되었기에 한국의 외환위기 경험도 그리 도움이 못되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회복은 급반전과 이후의 저속 성장이었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투자가 야기한 것은 아니다. 결국 각국의 기업투자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 이전보다는 다소 완만하겠지만 정상화될 것이다. 하지만 주택부문의 타격은 소비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경제전체의 지출에서 투자보다는 소비 비중이 현격히 높으므로 경기회복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부지출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현재 재정지출팽창은 국제정책협조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국제정치 역학 상 국내경기가 회복되어도 우리의 재정지출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대목이다. 세계 주요국의 어려움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내년 경기상황이 어떻든 재정지출은 팽창기조를 유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10년은 V자형도, 더블딥도, L자형도 아닌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다. 어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원지가 아닌 국가의 경우 체력에 걸맞지 않는 과도한 경기회복세가 걱정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을 반추하며 과도한 통화 및 금융팽창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경계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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