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7년만에 '악수' 속내는 '따로'

배성민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 2009.09.15 17:42

금감원 "한은법 명분 없어져", 한은 "별개 문제"

#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양 기관의 권한 및 업무를 존중하며 금감원의 감독.검사 업무와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 협조한다. (2002년 10월4일)

# 5개 기관(한은, 금감원 포함)은 금융시장 위험요인의 조기 인지 및 대응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 유관기관간 정보 공유 및 유기적 협조체계를 강화한다. (2009년 9월15일)

꼭 7년 만에 거의 비슷한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재정경제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명칭이 달라진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도 같았다. MOU의 계기도 한은과 금감원간의 '비협조와 불필요한 요구'라는 상호 불신으로 동일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02년 MOU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금감원, 예보는 15일 각 기관의 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상태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보공유 활성화와 공동검사 개선방안 관련 MOU를 체결했다. 한은과 금감원은 공동검사 MOU도 추가로 체결했다. MOU를 통해 각 기관은 현재 60% 수준에서 공유되는 정보를 98%까지 공유키로 했다. 외형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MOU 체결 이후 속내를 뜯어보면 5개 기관 중 핵심 당사자로 꼽히는 한은과 금감원의 입장이 뚜렷이 엇갈린다. 한은은 여전히 'MOU는 MOU, 한은법은 한은법'이라는 입장인데 비해 금감원은 'MOU 체결로 한은법 개정 명분이 없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MOU와 한은법 개정의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한은법 개정의 명분이 없어진 만큼 정부측 입장을 담은 개정안으로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MOU가 체결되더라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주도로 이뤄졌던 한은법 개정작업에서 공동검사 필요성이 재확인될 수 있다는게 한은의 기대다. MOU 체결 작업에 간여한 한은 류후규 금융안정분석국장은 "MOU와 한은법 개정 작업은 투트랙(각각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정보공유 수준을 높이고 공동검사에서도 착수시한(1개월내 착수, 긴급한 경우에는 즉시)을 명시하는 등 보완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게 한은의 반응이다. 금통위의 요청이 있더라도 금감원이 이에 응하지 않았을 때의 시정 절차 등이 빠져있다는 것. 사전실무협의 절차 생략 등은 의미가 있지만 공동검사 절차에 금통위 의결과 구체적 범위 특정의 절차가 명시된 것과 금융위기에 대한 각 기관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이다.

15일 MOU가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 4월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법 개정 작업과 정부측에 통일된 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한은법 관련 태스크포스도 6월 구성됐고 3개월여 동안 논의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논의 기간 중에도 양측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게 갈렸다. 한은은 금융시장의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한은이 금융회사를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중앙은행에 검사권을 부여한 나라가 없다며 반대해 왔다.

이날 오전 11시50분에 시작된 MOU체결식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7년간의 의견 대립과 3개월의 공식.비공식 난상토론과 달리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1분 뒤에는 각 기관의 수장들이 팔을 엇갈린 포즈를 취하며 협력을 다짐하는 사진 촬영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MOU 체결식 뒤에도 이렇다할 평가를 내놓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수장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우 예보 사장)은 MOU 체결 뒤에 자리를 함께 했다.

태스크포스가 확정하는 한은법 개정안 내용은 오는 17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공개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에 정기국회 회기 중에 입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