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금리갈등' 재연되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9.15 15:39

엇박자 행보 이어져… "연내 시각 수렴이 관건"

#기획재정부는 '거시경제안정보고서'를 발간한 지난 8일 오후 한장 짜리 보도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재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보고서의 주요 메시지인 '확장적 통화정책 지속'에 대해서 한국은행과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한은과는 별개로 기존 거시정책 기조를 재언급 했다는 것이다. 달리 해석하면 한은 입장과는 무관하게 재정부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 "현재 금융완화 강도는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강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 상태일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 10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에 관한)실제 판단과 집행은 결국 우리 몫이며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 역시 어떤 시점에서 무엇이 적절하느냐는 그 일을 책임지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여부는 한은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기준금리 인상시기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금통위가 경제사정을 고려해 잘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금리 인상이라는 '화두'를 놓고 최근 재정부와 한은 사이에 드러난 미묘한 신경전의 단면이다.

윤 장관의 국회 발언은 연내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성태 쇼크'를 잠재우면서 조기 금리인상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인식됐다. 겉으로만 봐서는 두 기관 사이에 심각한 갈등 기류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엇박자'적인 행보는 경제위기 이후에 대비하는 '출구전략'의 종착지인 금리 인상에 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정부는 성급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회복세에 찬물이 끼얹어 질 수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안정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금리 인상이 '더블 딥'(경기 회복 이후 다시 침체되는 현상)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반면 물가 안정이 최우선적인 목표인 한은은 과잉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 충격이 갈 것임을 알면서도 선제적인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가 급등하고 있는 집값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내년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가 본연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 정부 들어 재정부와 한은의 '금리 갈등'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경기 부양론자'인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강 장관은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너무 큰 것은 과유불급'이라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이 총재는 "금리 격차가 나쁜 것이고 없어져야 자본이 경제를 교란시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공박했다. 금리인하 여부와 맞물려 적정 환율을 놓고서도 '고환율자'인 강 장관과 이 총재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경제·통화정책의 책임자인 재정부·한은의 갈등은 곧바로 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했고, 이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봉합해야 했다. 이 총재와의 갈등은 강 전 장관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여진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정책에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갈등이 크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과 이 총재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면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 "작년과 같은 갈등은 없으며 한은도 지금 당장 금리를 올리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장에 적당한 긴장감과 시그널을 주려는 고도의 전략이면 다행"이라며 "경제흐름상 11~12월에는 서로의 시각을 수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