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내면 ETF 꽃도 못펴보고 시들 것"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9.16 07:35

[선물옵션 죽이는 거래세](중) 시장 1/3로 위축

"거래세 때문에 상장지수펀드(ETF)는 꽃도 못 펴보고 시들게 될 처지입니다."(A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내년부터 부서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B증권사 차익거래 브로커)

 정부의 예외없는 펀드 거래세 부과 방침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다. 세수 증대를 위한 조치였지만, 해당 업계는 생존을 걱정할 처지에 몰렸다. 더구나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파생상품거래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 거래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선물옵션과 그에 연동된 차익거래가 뿌리 채 흔들 수 있다.

◆ETF 생사 갈림길
특히 선진국형 간접투자상품으로 일컫는 ETF는 이번 거래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ETF는 적립식펀드 열풍을 밑거름으로 2002년부터 싹을 틔웠고, 2007년부터 ETF를 활용한 현·선물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와 같은 차익거래는 ETF의 본질을 벗어난 측면이 있지만, 초창기 시장 육성을 위한 필수 요소인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는 활발한 차익거래로 인해 하루 거래금액이 무려 30~4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비과세 혜택을 주던 ETF에 거래세 0.1% 부과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ETF만 매매할때 얘기일 뿐이다.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0.3%가 추가돼 지수선물과 연계된 차익거래를 할 경우 0.4%의 거래세를 부담해야한다.

예를 들어 고평가된 지수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 ETF를 샀다가 반대로 매매할 경우 ETF매도에 따르는 0.1%거래세와 ETF를 해산하며 구성종목을 매도하는데 붙는 0.3%거래세를 따로 내야한다.

▲국내 ETF시장 일평균 거래규모.
이같은 거래세가 부과되면 ETF 시장의 절반이상이 날라갈 것이란 계산이다. 아울러 ETF와 연계된 선물거래도 같이 위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루 평균 ETF 거래금액은 전년 평균보다 34% 증가한 1314억원. 이 가운데 현선물 차익거래용으로 추정되는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는 전체의 60% 수준인 788억원 정도다.


 차익거래는 '티끌모아 태산'식으로 현물과 선물의 미세한 가격차를 노려 수익을 얻기 때문에 거래세를 약간이라도 내면 남는 게 없다. 따라서 세금을 매기는 순간 전체 거래량의 60%는 저절로 사라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체 거래금액의 나머지 40% 중 일부는 개인들이 ETF 차익거래용으로 활용하는 데 이마저도 끊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ETF 시장의 약 70% 정도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프로그램 거래도 휘청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인덱스펀드와 차익거래펀드에서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인덱스펀드 수탁액은 7조4480억원으로 전체 공모펀드의 11%에 달하고, 차익거래펀드는 전체의 1%인 6479억원 수준. 과세가 되면 인덱스펀드는 '플러스 알파(α)' 수익을 노리는 차익거래를 포기해야 하고, 차익거래펀드는 아예 청산해야 될 상황이다.

▲ETF 투자자별 거래규모
프로그램 차익거래에 한 축을 담당하는 펀드가 고사 상태에 몰리면 차익거래는 지금보다 1/3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프로그램 매매가 줄면 거래 상대방도 손을 놓기 때문에 전체 주식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로 인해 차익거래 주문을 받는 증권사 해당 부서도 존폐를 걱정하게 됐다.

비용 증가로 인해 펀드 수익률도 악화도 우려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A인덱스펀드의 매도횟수를 따진 회전율(328%)을 감안해 거래세를 낼 경우 수익률이 매년 0.9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익거래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상당 폭 거래 규모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차익거래펀드의 경우 존립 자체가 불안해 지고 규모가 큰 인덱스펀드도 거래세 부과로 운용전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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