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IT 조정에 힘받는 '신중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9.15 07:57

"IT 다 왔다" vs "쉬고 있을뿐".. '증시 패러다임 변화' 시각등장

지난주 자동차 관련주에 이어 전날 IT주가 흔들렸다. LG전자가 4.28%, 하이닉스반도체 4.27%, 삼성전자 3.66%, LG디스플레이 3.47% 등 IT 업종의 대표주자들이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업종지수도 3.40% 하락했다.

◆IT에 대한 신중론= IT는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선도주다. 선도주의 흔들림은 분명 시장의 이상징후다. 일부에서는 선도주가 꺾이면 시장이 꺾인다고까지 분석해 왔었다. 결국 IT의 조정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추세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향후 시장 대응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은 최근 증시의 움직임을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석했다. 지금까지 증시 상승은 이른바 3저 효과였는데 이제 그 효과가 목 부근에까지 올라와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유가, 금리 등 매크로 환경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투자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IT는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조정없이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매크로 환경이 변화화고 실적 자체도 3분기가 정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주처럼 다른 업종이 폭발적인 매수세로 시세를 이어받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장은 덜컹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도 IT와 자동차가 더이상의 시세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민상일 투자전략팀장은 "IT와 자동차는 주가가 반년 동안 상승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상승 논리를 반영했다"며 "금리는 상승하고 환율은 떨어지는 영향은 갈수록 부각될 것인 반면 경기가 주는 기대감이 추가로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당분간 IT가 시장을 아웃퍼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큰 폭의 조정을 거치지 않겠지만 IT와 자동차가 시장을 선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업종은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선도주의 역할을 충분히 했고 이제는 내년의 이익 추정치까지 끌어와야 할 정도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겼다는 것. 특히 지금은 경기회복 국면이 아니라 확장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이 때는 경기민감주 내에서 경기 선행적인 IT보다 경기동행적인 은행, 소재 관련주가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IT는 여전히 살아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이사는 "IT가 이 정도 조정받았다고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코스피시장의 주도주는 조정받았지만 코스닥 시장의 부품주들은 여전히 살아 있고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와 실제치 사이에 차이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주도주와 소외주가 모두 꺾인다면 경계해야 할 시그널이겠지만 지금처럼 수익률 갭 메우기 차원이라면 시장의 계단식 상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IT나 시장의 이 정도 조정은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학균 연구원은 "한국이 수출 중심의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이 잘되면 그 돈으로 소비와 내수가 살아난다"며 "지금은 그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세계, 롯데쇼핑 등 내수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의 금융주는 신고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두달만에 20만원 올랐던 삼성전자가 3만원 빠졌다고 시장의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면 IT와 자동차가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로 조정받는다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양종금증권도 비슷한 입장이다. 동양증권은 각종 변수를 넣어 점검한 결과 IT는 밸류에이션 부담 외에 다른 모든 지표가 좋다며 환율 하락이 빌미가 돼 조정받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도주가 조정받을 때 다른 업종이 시세를 내는 한 시장의 상승 에너지는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IT는 꾸준히 이익 추정 상향이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이익 증가 속도를 상회해 버렸다"며 "하지만 가격이 빠지면 반대 상황이 돼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모멘텀의 전환은 환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하락이 조정의 빌미가 됐지만 환율이 1200원을 지지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는 20일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달러 약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환율의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은행·내수·소재주, IT는 저가매수= IT가 더이상 가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나 IT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주장 모두 단기적으로는 IT주의 조정 가능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부각되는 업종이나 은행, 유통 등 내수주, 철강, 비철금속 등 소재주의 강세 지속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IT의 부활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IT의 매수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무조건적인 매수를 주문하지는 않는다. 가격부담이 생긴 만큼 이제부터는 매수 시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주도주의 추가적인 조정이 나타날 경우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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