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거래세 과세 '황금거위 배 가르기'

김태은 기자 | 2009.09.15 10:26

[선물옵션 망치는 거래세](상)

 국내 주식파생상품 선두주자인 A증권사는 최근 지수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다. 거래세가 부과되면 손익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A 증권사의 코스피200지수선물 (이하 코스피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5000계약으로, 5000억여원 규모다. 거래세를 증권사 위탁수수료 수준인 0.01%만 부과해도 하루 최대 5000만원을 거래세로 납부해야 한다. 한달이면 10억원, 1년이면 120억원이다. 0.02%만 되면 2배로 뛴다. 이 증권사의 주식파생상품부서의 세전 영업수익(제조업체의 매출액)이 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거래세 비중은 무려 40%에 해당된다.

 한나라당 이혜훈의원 등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한 '증권 거래세법 일부개정안' 내용이 알려진뒤 시장참가자들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고민은 A증권사와 같다.

A증권사 파생상품담당 임원은 돱거래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코스피 선물ㆍ옵션 매매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ELS와 ELW 헤지 운용을 그만두라는 말 밖에 안된다돲면서 돱세금으로 인한 시장비용이 너무 크다돲고 우려했다.

  ◆외인 한국주식투자에도 악영향 = 전문가들은 지적하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문제점은 투자자들의 이탈이다. 거래세가 없는 장외시장이나 다른 투자자산을 찾아 떠나버릴 것이란 점이다.

 당장 외국인의 한국주식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현물매수에 따른 위험을 코스피선물이나 옵션 매도를 통해 헤지했다. 하지만 거래세 부과시 이같은 보험을 기대하기 힘들어 현물매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올 7월말 현재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25%에 달한다. 파생상품 과세가 이뤄지면 대만의 전례처럼 외국인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도 타격이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ELS 발행과 ELW 유동성 공급 시 주식파생상품을 이용해 헤지에 나선다.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면 이들 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우리만 왜 부과해야하나 = 시장참가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이면에는 거래세가 파생상품 시장발전에 역행한다는 외국의 사례를 이미 간접 학습한 경험도 한 몫한다.


 대만은 1998년 7월 코스피선물과 유사한 Taiex선물을 상장하면서 0.05%의 거래세를 매겼다. 이에 외국인들은 비과세 시장인 싱가포르 MSCI Taiwan 선물 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대만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급속히 위축됐다. 이에 대만 정부는 지난해 10월 결국 0.004%까지 지속적으로 세율을 내렸으나 한번 떠난 외국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돱지난 10년 간 외국 헤지펀드들 중 Taiex 선물을 문의한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다들 싱가포르 MSCI 선물에만 관심을 가졌다돲면서 돱선물 거래세 부과로 대만 선물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후진국이 됐다돲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1987년 실시한 상품선물 거래세를 1999년 들어 폐지했다. 인도 역시 지난해 5월 상품선물 거래세 부과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시장발전 저해와 헤지비용 증가 등으로 시행을 미뤄오다 지난 7월 이를 없던 일로 최종 결론지었다.

 ◆ "황금거위 배 가르지 말자" = 일부 주식 관련 파생상품 시장이 과열 투기 현상을 보이는 것은 거래세 도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시장 과열과 거래세 도입은 별개라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거래세 도입을 통해 투기적 과열을 해소하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순진하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옵션을 통해 '로또'을 꿈꾸는 투자자는 매우 자연스런 시장의 일부분"이라며 "이들 투기적 거래자들이 거래세 몇 푼에 투기를 그만두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파생상품시장 확대를 유도해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투자를 분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면 당장 연간 6500억원 정도의 세수를 예상하지만 거래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4500억원 내외로 줄어들어 세입 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영주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국내 파생상품시장 발전수준을 고려할 때 과세는 시기상조이며 조세 편의성을 위해 후진적 세금인 거래세 부과는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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