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부활하는 월가의 탐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9.14 15:52

리먼브러더스 1주기 앞두고 불안감 고조…亞증시 일제 하락

9.11 테러 사태를 기념하듯 8주년을 맞은 지난 주말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다우지수는 8년 전 9.11테러 전날 마감지수인 9605.51과 불과 0.1포인트 차이가 날정도로 비슷한 수준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 공격이 발생한 후 그라운드제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뉴욕증시도 폐쇄됐다. 그리고 일주일만인 17일 열었으나 폭락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현재 증시 분위기는 8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 투자자들은 기나긴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면서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8년전과 지금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검은 9월'이란 속설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번 달에는 들어맞지 않고 있다. 그만큼 증시 투자 모멘텀이 좋다는 것이다. 뉴욕 증시는 9월 들어서도 거의 매일 연고점을 높여 나가는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세도 '희망'과 '기대'란 단어를 맘속에서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리먼브러더스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위기에 대한 재조명이 봇물을 이루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지수 선물도 급락하면서 이날 뉴욕증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 규제 개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문제다.

위기가 한풀 꺾이고 경제가 안정권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자 '기가 살아난' 월가 금융기관들은 규제에 대한 반대 로비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오는 15일 월가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기를 기념하는 연설을 통해 은행, 규제당국, 의회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한 금융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란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실패한 금융기업 규모를 줄이고 파산을 더욱 쉽게 만드는 등의 권한 부여를 포함한 포괄적인 금융 개혁안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할 방침이다. 금융규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1년전 은행 시스템을 지원할 법적인 권한의 결여가 결국 미국 정부의 비극적 실패를 야기한 원인이었다고 밝히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소비자금융보호청(CFPA) 등 규제기관의 출범을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마자 다시 탐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월가 고액 보너스도 다시 규제 움직임이 무색하게 등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찌보면 위기가 잠잠해지자 금융계는 소리 소문없이 1년 전 탐욕의 시기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이는 다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금융 규제 개혁이 원만하게 추진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제는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오바마의 실험 성패에 따라 뉴욕 증시의 향후 향방은 극명한 대조를 보일께 확실시 된다.

탐욕와 거품이 넘쳐나는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막고 합리적인 증시가 돌아오려면 오바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없다. 투자자들은 리먼 1주기를 앞두고 관망 자세를 취하며 향후 전개 과정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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