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조선의 날,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장웅조 기자 | 2009.09.15 16:15
- 국내 3대 조선업체 1년새 수주잔량 23% 감소
-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도크 빌듯
- 저가 수주 땐 기존 선박 계약에도 재협상 요구 가능성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조선의 날' 기념 리셉션에 모인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수주 부진에 대한 근심은 잔칫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저가 수주를 놓고 국내 조선업계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lema)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공범 2명을 각각 다른 방에 가둬두고 먼저 자백하면 감형시켜준다고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2명 다 자백을 거부하면 모두 풀려날 수 있지만, 1명만 자백할 경우 남은 사람 혼자 모든 죄를 뒤집어 써야 한다.

지금은 각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저가 수주를 자제하고 있지만, 경쟁 업체가 수주잔량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 저가 수주에 뛰어들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지금의 조선업계 상황이 꼭 그렇다.

13일 국제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대 조선업체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7월 433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올 7월 3334만CGT로 23%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25만CGT에서 1513만CGT로 수주잔량이 무려 25%나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1169만CGT에서 942만CGT로 19%, 삼성중공업은 1136만CGT에서 879만CGT로 23% 감소했다.


이밖에 현대미포조선은 612만CGT에서 518만CGT으로 15% 감소했고, 한진중공업도 320만CGT에서 289만CGT로 10% 줄었다. STX조선해양은 658만CGT에서 653만CGT로 1% 줄어드는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극심한 수주 부진의 결과, 수주잔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선박 발주 자체가 줄어든 탓이 크지만, 저가로 발주된 선박의 수주를 스스로 자제한 영향도 있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적어도 국내 3대 조선사는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저가 발주분을 가급적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통상 조선업체들가 조선소를 유휴설비없이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2년치의 수주잔량은 유지해야 한다. 수주잔량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도크(선박 조립 설비)와 인력이 남아돌기 시작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도크가 본격적으로 비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무리 저가 수주를 자제하려고 하더라도 도크를 마냥 비워둘 수는 없는 만큼 결국에는 2001년과 같은 조선업계의 출혈 저가 수주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받지 않더라도 어차피 중국 조선업체나 다른 국내 조선업체들이 그 물량을 받아가기 때문에 발주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며 "다만 대형 3대 조선업체가 저가 수준에 뛰어들 경우 발주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가 수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기존 선박 계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8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이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할 경우 기존에 계약을 했던 고객들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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