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다"…행복도시는 '한숨도시'

연기(충남)=임지수·장시복 기자 | 2009.09.14 07:15

[르포] 주민 "보상금 바닥...결판났으면..."

"원안이든 뭐든 빨리 진행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지긋지긋해요."

"얼마되지 않은 보상금도 생활비 등으로 거의 바닥났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개발 예정지 일대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충남 연기군 남면·금남면에서 만난 행복도시 예정지 마을 주민들은 사업 추진 여부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자 "이젠 지쳤다"며 힘빠진 모습을 보였다.

↑밀마루 전망대서 바라본 전경
사업지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로 본 현장은 허허벌판 그대로다. 홍석하 세종특별자치시 정상추진 연기군 주민연대 사무국장은 "예정대로라면 타워크레인이 빼곡히 들어서고 어느 정도 외형이 드러나야 하는데 지금은 황무지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총 22조5000억원(정부 8조5000억원, 한국토지공사 14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행복도시에는 이달 현재 총 사업비의 24%(5조4000억원) 만이 집행됐다.

정부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다수 민간 추진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총 6개 주요 사업 가운데 행정타운,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사업은 일부 진행이 되고 있지만 나머지 첨단지식기반, 의료·복지, 대학·연구 사업은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12개 건설사가 부지를 공급받아 추진해 오던 민간아파트(시범생활권)의 경우 분양일정을 잡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2개 건설사는 토지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토공으로부터 계약해지 처분을 당했다. 특히 공공기관인 주공이 짓고 있는 '첫 마을' 아파트도 분양 일정이 내년 봄으로 미뤄졌다.


지역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다. 남면 양화리에서 만난 주민 김모(57)씨는 "대통령은 이 곳에 한번 와보지도 않고 언급 한번 없는데 원안대로 추진될 수 것이란 생각을 누가 하겠느냐"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이젠 지긋지긋하다" 말했다.

특히 인근지역으로 이주했던 원주민들은 다시 고향으로 못돌아오는 게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홍 사무국장은 "이주 당시 보상금을 3억원 미만으로 받은 주민들이 75% 정도였고 1억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주민도 절반에 달했다"며 "이주자 택지를 조성원가의 70%에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보상비용을 생활비와 땅사고 집짓는데 사용해 다시 고향에 재정착할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될 지 모를 일"이라고 푸념했다.

↑첫마을 사업부지 공사현장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일대 부동산 경기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금남면 용포리 대명공인 관계자는 "지난 2005년 말에서 2006년 초 3.3㎡당 70만원을 넘어섰던 행복도시 예정지 인근 땅값은 현재 3.3㎡당 35만~4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가격이 반토막 났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도시 예정지 인근 조치원읍의 경우 예정지 주민들의 이주 수요와 외부 수요 유입 등을 고려해 신규아파트가 지어졌지만 대부분이 빈집으로 남아있거나 일부 단지는 아예 공사가 중단된 곳도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행정도시 예정지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이주자택지 입주권, 일명 '딱지' 가격도 폭락했다. 토지보상 계약이 한창이던 2006년초 장당 1억2000만~1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던 딱지 가격은 현재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5배 안팎 떨어졌지만, 그나마 거래는 전혀 안되는 실정이다.

↑밀마루 전망대서 바라본 전경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