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자금 대출, "할까 말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9.14 07:06

[명동풍향계]우량 코스닥 상장사 대출문의 급증

명동 사채시장이 그간 경색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증자자금을 빌려달라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요청이 이달 들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은 재무건전성 보단 이들 업체의 향후 주가 상승 여부에 관심을 두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스닥 업체들의 유증 참여 '유혹'=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에는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어음 할인 문의가 타진됐다. A사는 현재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데 이중 10억원을 명동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A사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뛰어난데다 주가 전망도 긍정적인 탓에 원리금 회수가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A사 어음 할인을 두고 업자들 간 할인율 경쟁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또다른 코스닥 업체인 B사도 지난주 명동에 2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참여 여부를 문의해 왔다. 이 회사는 기술력과 영업실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문의를 받고 바로 참여를 결정한 어느 명동 업체가 아예 회사를 인수하게 됐다. 의사결정이 늦어져 기회를 놓친 명동 업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나 주식연계채권 발행에 참여하는 명동 업체가 이달들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결산 시점을 앞두고 미리 자본확충을 실시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상장사들이 늘면서 이들 기업의 자금 수요가 명동에 몰리고 있는 탓이다.

명동 관계자는 "9월이나 10월 중 자본확충에 나서는 업체들은 대부분 건전성이 양호하다"면서 "반면 11월 이후 자본확충에 나서는 기업들은 재무상황이 악화된 곳이 대부분이라 양질의 대출수요가 몰리는 지금을 투자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가격·주가동향 보며 유증참여 저울질=투자를 검토 중인 명동 업자들은 해당 업체의 주가전망을 우선순위로 놓고 자금 대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채시장에서 증자자금을 대출받은 코스닥 업체들은 대개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 기간은 통상 두달 이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명동 업체들은 올 연말 이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고 곧바로 처분하는 방식으로 원리금을 회수하게 된다. 일부 업자들은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대출원금의 20~30%를 대출과 동시에 회수하는, 소위 '꺾기'까지 시도한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손실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자에 참여하는 명동업자들은 해당기업의 재무제표보다는 주가 상승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주가가 예상과 달리 하락할 경우 해당 업체에선 인위적 부양으로 원리금 상환을 추진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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