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알 쓰는 '新자린고비족' 뜬다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09.09.15 10:38

[머니위크 커버]착한소비, 영리한소비

#1. 글쓴이 *재맘. [8월20일~9월19일/생활비 45만원 도전기]

아직 9일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아슬아슬. 그런데 지름신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우리 아들에게 선물해 주고픈 기탄 놀*북 전집. 요것들은 교육비를 위해 따로 모아둔 통장에서 카드대금으로 처리할 예정인데, 일단 도전 성공이 먼저겠지요. 파이팅 해주세요.

#2. 글쓴이 *짠숙. [9월은 222작전. 20일 무지출/20만원으로 살기/2kg 감량]

**종금 my-point. 올 초 15000포인트를 무료통화권으로 교환하고 남은 2163점을 OK캐시백으로 교환했어요. 그래서 OK캐시백 누적적립 예산액이 7159원. 1만원 채워 이마트 상품권으로 교환해서 쇼핑할래요. 식비용으로.

대한민국의 온갖 짠돌이들이 모여드는 다음의 짠돌이 카페(http://cafe.daum.net/mmnix). '한달 10만원 살기' 게시판을 살펴보면 눈물겨운 짠돌이 도전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짠돌이답지 않은 지출계획(?)을 세워놓은 이들이 적지 않다. 부모님 생신에 근사한 여행을 선물하고 싶다는 효자 짠돌이에서부터, 벼르고 벼르던 최신용 IT기기를 드디어 다음 달이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짠돌이까지.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인색한 자린고비는 사양한다. 악착같이 돈을 아끼는 이유는? 물론 '더 잘 쓰기' 위해서다. 한푼이라도 더 알뜰하게 쓰기 위해 온갖 짠돌이 기술을 총동원하면서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 똑똑하게 돈 쓸 줄 아는 新 자린고비족이다.

◆늘어나는 新자린고비족

대형 할인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면 OK캐시백 포인트를 챙기는 건 기본. 편의점에서 계산을 할 땐 통신사 할인카드로 할인을 받는다. 영화가 보고 싶다면 할인되는 신용카드, 통신카드를 먼저 챙긴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 역시 할인쿠폰이다.

특별한 짠돌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알뜰한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생활 속 소비패턴 역시 점점 더 똑똑하게 변화하고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최근 발표한 '불황기 소비패턴 변화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영화 관람은 가능하면 조조할인으로 하고, OK캐시백 포인트는 한꺼번에 많이 사용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소액으로 사용한다.

최근 6개월간 OK캐시백을 이용한 고객 19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관람한 건수 비율은 2008년 12월 8.1%에서 올해 7월 11.2%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OK캐시백 포인트를 3만원 이상 사용한 고객은 5.2%에서 4.6%로 떨어진 반면, 5000~1만원 거래비율은 18.7%에서 19.7%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 패턴 분석도 결과는 비슷하다. 옥션에 따르면 9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구매자 중 할인쿠폰을 이용한 구매자의 비중이 연초와 대비해 1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가 대비 20~30% 정도로 쏠쏠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e쿠폰북은 올해 2분기 구매 건수가 1분기 대비 무려 161% 증가했으며 매출도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광윤 옥션 세일즈오퍼레이션실 이사는 "쿠폰, 포인트나 행사 등을 꼼꼼하게 활용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는 알뜰 소비 습관이 늘어나고 있다"며 "구매 경험이 쌓이면서 저렴한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활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로 체감형 불황이 계속되면서 알뜰소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력이 월등하게 늘어나면서 합리적 소비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무조건 아끼기보다는 점심은 2000원짜리 라면으로 해결하고 커피는 1만원짜리 고급 커피를 즐기는 것이 요즘 소비 트렌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며 "외식이나 문화생활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더 저렴하게 즐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안 쓰기는 NO! 효과적으로 쓴다.

"저는 치약을 딱 1mm씩 짜서 사용합니다."
"우리집은 온 가족이 변기를 쓴 다음에야 한번 내려요."

짠돌이 계에서는 전설처럼 전해내려 오는 경험담들. 하지만 이렇게 무작정 아끼는 건 이미 옛날 방식이라는 걸 아시는지. 요즘 짠돌이들은 다르다. 쓸 것은 쓰되 현명하게 쓴다. 무턱대고 아낄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게 관건. 이것이야말로 '짠돌이 소비'와는 구별되는 '똑똑한 소비'다.

짠돌이 카페를 운영하는 이대표 씨는 "짠돌이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고 토로한다.

짠돌이는 친구들에게 전혀 밥을 안 사고 얻어먹기만 할 것 같다? 짠돌이는 여자친구에게 선물도 안 할 것 같다?


이씨는 "역설적으로 짠돌이에 도전한 이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이 무조건 돈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돈을 아끼는 이유는 단연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곳에 돈을 쓸 수 있기 위해서다. 그런데 목적도 없이 무턱대고 아끼려고만 들면, 재미가 없고 금세 귀찮아지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면 똑똑한 소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최근엔 재테크 카페가 많이 늘고 있어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정보가 무궁무진하게 넘쳐 난다.

이씨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짠돌이 노하우에도 트렌드가 있다"며 "요즘은 통신비가 가장 큰 이슈지만 예전에는 세금절약, 그 전에는 에너지를 아끼는 법이 유행했다"고 귀띔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그만큼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기본요금 5000원 에버그린모바일 알뜰 그린 요금제.' 올해 초 다음의 짠돌이 카페에 소개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한달 만에 통신비 1만원 줄였네요" "써보고 나니 주의할 점" 등 자세한 사용 후기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국내여행사가 보내 준 여행객들을 받아 여행을 주관하는 현지여행사 랜드사를 끼고 가면 여행비용을 반값으로 줄일 수 있다"는 푸켓 알뜰 여행 노하우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씨는 "요즘 세상에 무조건 안 쓰고 안 버리던 옛날 방식으로 살 순 없지 않냐"며 "여행을 안 가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휴대폰을 안 쓸 순 없으니 싼값에, 이렇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돈을 절약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짠돌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구두쇠'나 '수전노'로 나온다. 하지만 요즘의 新 자린고비족은 자기의 필요에 따라 돈을 컨트롤 할 줄 아는 '자기경영'의 의미가 더 강해진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짠돌이 '대왕소금' 이대표, 이 남자가 사는 법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재테크 카페인 '짠돌이 카페'를 운영하며 대왕소금으로 군림하는 이대표(34) 씨. 대왕소금의 평소 생활 모습은 어떨까?

"저는 집에 가면 방마다 쫓아다니면서 불 끄고 다닐 것 같죠? 휴지를 한 칸 이상 쓰면 잔소리하고, 아내한테는 생활비도 조금만 주고 그럴 것 같죠? 근데 오히려 반대에요. 식구들한텐 잔소리를 전혀 안하거든요. 아내한테도 카드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해요."

의외다. 저 말이 진짜일까? 괜한 의심도 든다.

"가난해서 가족들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싫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모은 돈이니 가족들에게 쓰는 데 아까울 게 있나요?"

이씨는 "나는 딸아이나 부인에게 돈 쓰는 걸 한 번도 간섭해 본 적 없지만 스스로 알아서 아끼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딸아이의 자랑(?)을 은근슬쩍 풀어 놓는다.

"딸아이가 요즘은 컴퓨터를 산다고 돈을 모으고 있는데 곧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쬐그만 어린애가 컴퓨터 사겠다고 아빠 구두 닦고 500원 얻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돼지저금통을 꽉 채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먼저 보여주고 했더니 저축이 재미있나 봐요."

그래도 가족들 얘기만큼이나 가장 궁금한 건 대왕소금만의 특별한 절약 노하우. "별 것 없다"며 그가 내놓은 대답은 이렇다.

"손님을 만날 땐 2000원 하는 커피숍으로 가고, 술 마실 일이 있으면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는 비싸니까 길 하나 건너서 싼 곳으로 가고. 그게 다에요."

모범답안이 왠지 싱거운 느낌마저 든다. 이씨가 설명을 덧붙인다.

"모처럼 동료들과 술자리에 돈 아끼겠다고 싸고 허름한 곳에 가면 오히려 그건 돈을 안 쓰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겁니다. 무조건 안 쓰는 건 현명한 게 아니죠. 다만 저는 지갑을 열기 전에 그 효과를 항상 생각해요. 예를 들어 회식자리에서 그때그때 분위기에 어울리는 '싸고 맛 좋은 집' '비싸고 맛 좋은 집'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이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짠돌이 달인도 실천하고 있는 자린고비 수칙. 정답은 역시 '정보력'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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