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확정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9.09 20:15

(종합)연임 불가… 우리銀엔 기관경고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현 KB금융지주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진동수 위원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어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3개월)'의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해 금융위에 올린 '원안'이 그대로 확정된 셈이다.

금융위는 황 회장이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과도한 외형 확대 목표를 부여하고 무분별한 고위험 상품 투자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거액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이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 황 회장의 사실상 지시가 있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외형확대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은행(IB) 부문에 과도한 자산 증대 목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상품의 투자위험과 신용등급 특성을 간과하고 신용등급 기준만으로 투자하는 등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고 봤다. 이로 인해 황 회장 재임 기간 중 우리은행이 총 1조177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징계로 황 회장은 제재가 끝나는 오는 12월 9일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현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011년 9월. 현직 유지는 가능하지만 연임 길은 막힌다.

하지만 중징계 방침이 확정된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징계를 받은 CEO가 책임지고 금융회사를 이끌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수용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심사 숙고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회장은 "금번 금융위원회의 제재 결정에 대해 저의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그동안 성설히 노력했지만, 주장이 수용되지 못한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동안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금융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은행에 대해선 '기관경고'를 내리되 기관 경고 누적으로 가중된 일부 영업정지 조치는 감경해 주기로 했다. 대신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위해 감독당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선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신용공여 관련 법규 위반에 대해선 과징금 5억9400만원, 과태료 3750만원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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